[사설] 국민성금을 술 먹는 데 쓰다니
입력 2010-10-13 18:25
대한적십자사가 지난 1월 아이티 대지진 구호를 위해 모은 성금 97억원 중 85억원이 집행되지 않았고, 이 중 66억원은 은행 정기예금에서 잠자고 있는 사실이 12일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지진 발생 후 9개월 동안 사용된 금액은 성금의 14%인 12억원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절반은 의료진 운영비로 쓰였다. 구호팀이 아이티에 들어가기 전에 머문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고급 호텔을 사용했고 한국식당에서 1만원짜리 소주 6병을 마셨다. 국민 성금을 주머닛돈 쓰듯 한 것이다. ‘고난 있는 곳에 적십자 있다’는 적십자운동 표어가 무색해질 일이다.
대한적십자사는 항공비와 인력비 등 운영비 4억원을 쓰면서 네 번 의료진을 보냈지만 팀당 체재기간은 일주일에 불과했다. 국내에서 아이티 지원 업무에 들어가는 돈은 경상비로 처리해야 하는데도 아이티 성금계좌에서 뽑아 썼다. 결국 지금까지 아이티 이재민의 생활지원에 직접 사용된 금액은 국제적십자연맹을 통해 전달된 6억7500만원뿐이다. 대한적십자사가 북한 신의주 수해에 쌀 5000t을 비롯해 총 139억원을 즉각 지원키로 한 것과는 크게 대조된다. 국적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적십자운동의 기본 원칙이다.
성금이 소진되는 데 1년 이상 걸릴 때는 조금이라도 이자를 불리기 위해 정기예금에 넣어두는 게 관례이며, 구호자금은 3∼4년에 걸쳐 계획에 따라 사용된다는 게 대한적십자사 설명이다. 그러나 가난한 섬나라를 덮친 대지진의 희생자들을 위해 호주머니를 턴 국민들로서는 성금이 본래 용도로 쓰이지 않고 은행에서 잠자고 있거나 구호팀의 반주(飯酒) 비용으로 남용되는 것을 보고서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소득이 늘고 국력이 커짐에 따라 국민의 기부 활동도 활발해졌다. 그러나 기부금이 어떻게 관리되고 사용되는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데다 모금기관도 형식적인 정보 공개를 하는 데 그친다. 그런 가운데 일부 모금기관은 모금 총액의 10%까지 조직 운영에 사용할 수 있도록 법률을 고쳐 직원의 급여와 복리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어 일반 사회복지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모금기관에 대한 당국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