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적의 생환에 아낌없는 박수 보낸다
입력 2010-10-13 23:16
칠레 코피아포 산호세 광산 붕괴로 지하에 갇혀 있던 광부들이 69일 만인 13일부터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다. 가장 먼저 지상으로 올라온 플로렌시오 아발로스는 꿈에 그리던 가족과 포옹 한 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을 얼싸안았다.
그의 뒤를 이어 광부들이 1명씩 땅 위로 올라올 때마다 칠레 국영 TV, 미국 CNN, 영국 BBC 방송 등 언론을 통해 구조작업을 지켜본 전 세계인들은 감격의 환호성을 질렀다. 생명의 소중함과 강인한 인간 의지, 인류애를 보여준 구조작전은 동서갈등과 이념대결의 벽을 뛰어넘는 벅찬 감동을 실시간으로 전해줬다.
광부 33명은 지난 8월 5일 광산 갱도 일부가 붕괴되면서 지하 약 700m 지점에 갇혔다. 구조작업이 시작됐지만 보름이 넘도록 살아 있다는 흔적을 찾지 못해 상황은 아주 절망적이었다. 그러나 매몰 17일 만인 8월 22일 ‘피신처에 33명이 모두 생존해 있다’는 쪽지가 발견되면서 구조작업이 본격화됐다.
‘산 로렌소’로 명명된 구조작전은 처음부터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밀하게 진행됐다. 광부들에게 음식을 전달하기 위한 터널, 광부들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터널, 불사조라고 불리는 구조캡슐 ‘피닉스’를 내려보내기 위한 구조터널을 차례로 뚫었다. 미 항공우주국이 20년간 축적된 노하우와 미국의 굴착업체 '센터릭'사가 제공한 충격식 착암기(percussion drill) 덕분에 구조 예정일을 70여일 이상 앞당길 수 있었다. 재해 앞에서 지구는 한 가족임을 실감케 해주는 기술 지원이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암울한 처지에 있었지만 광부들은 끈끈한 우정과 삶의 의지, 밝은 표정으로 칠레 국가를 합창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오히려 절망하려는 칠레 국민과 전 세계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선사했다.
칠레 당국은 33명 전원을 구조하는 데 36∼48시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구조작전이 성공리에 끝날 때까지 신중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한다. 지구공동체에 감동 스토리를 전하고 있는 ‘산 로렌소’ 구조작전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기를 전 세계인들과 함께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