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양상 ‘현대건설 인수전’… 누가 잡든 ‘심각한 상처’ 우려

입력 2010-10-13 18:50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간 기싸움이 뜨겁다.

현대그룹은 연일 광고를 통해 현대건설 창업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적통(嫡統)’임을 내세우는 등 여론몰이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엔 전략적 투자자로 독일의 M+W그룹을 선택, 현대건설 인수 의지를 다지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풍부한 현대차그룹은 인수전이 명분보다 시장논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현대그룹이 외국계 그룹과 손잡은 것을 겨냥, ‘국부 유출’ 가능성까지 제기할 태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양측의 과열 양상이 지속되면 인수절차가 마무리되더라도 패자는 물론 승자에게도 상당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모적 인수전의 결과 지나친 인수가격 상승 등으로 이어져 국민경제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긴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 금호그룹은 2006년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했다. 당시 금호그룹은 인수금액 6조원 중 3조원을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조달하면서 3년간 보장수익률 연 9%, 풋백옵션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주가가 매년 이자 누적분을 상쇄할 만큼 오르지 않으면 3년 후 금호그룹이 그 차액을 보상하고 재무적 투자자들의 지분을 되사겠다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3년 후 대우건설 주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기준가격에 비해 턱없이 낮아 결국 인수 주체였던 금호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됐다. 이는 과도한 차입을 통한 M&A의 부작용 사례로 꼽힌다.

또 2004년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경우를 볼 때 해외 전략적 투자자 유치에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상하이차는 주당 매각가격을 높게 써냈다는 이유로 쌍용차를 넘겨받았다. 하지만 인수 후 상하이차는 쌍용차의 핵심기술들만 흡수하고 유동성 문제는 해결해주지 않았다. 이는 결국 국가경제에도 손해를 끼친 M&A 실패 사례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시공능력 1위이자 국내 대표 건설사인 현대건설의 경우 시너지 효과, 자금력, 인수기업 운영경험 등을 꼼꼼히 따져 인수자가 결정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