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원대 환경미화원 아줌마 53인, 더 어려운 학생에게 ‘햇살’ 장학금

입력 2010-10-13 20:43


대학 캠퍼스 건물을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아주머니 53명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전달했다.

13일 목원대에 따르면 지난 8일 점심시간 무렵 이 대학 사회과학대학 빈 강의실에 미화원 아주머니들이 모였다. 평상시 근무복 그대로였다. 이들은 그간 모아 온 70만원의 장학금을 김수빈(무역학과2) 학생에게 전했다. 미화원 아주머니들이 청소용역으로 버는 월급은 평균 90여만원. 이들은 지난해 3월 ‘햇살’이라는 모임을 만든 뒤 박봉을 쪼개 ‘작은 소망의 불씨를 위한 기금’을 모아왔다. 햇살은 삭막한 세상에 따뜻한 햇살 한줌이 돼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매달 햇살 정례모임 때 각자 형편에 따라 2000원, 3000원씩 내서 만들어진 기금은 한 학기에 한 번씩 가난한 학생에게 소중한 장학금으로 전해졌다. 수혜 학생은 학교 관계자 등의 추천을 받아 선정했다.

지난해 9월 급성 간경화로 쓰러져 위독한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을 떼어 준 학생을 첫 번째 수혜자로 선정해 장학금 50만원을 전달했고, 지난 3월에는 장애2급 아버지와 지병을 앓는 어머니를 대신해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비를 벌어 온 학생에게 50만원을 줬다. 이들의 온정의 손길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청소용역 분회장인 박방실(55)씨는 “모임이 있을 때마다 모금함을 돌려 정성껏 기금을 모았다”며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의 작은 마음이지만 학생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학금을 주면서부터 학생들이 인사도 건네고, 서로 간 마음의 간격도 조금 가까워진 것 같다”고 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