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새 바람 부는 여류 바둑계

입력 2010-10-13 18:03


지난 10월 8일 전북 부안에서 제4기 여류기성전이 열렸다. 국내 여류 시합은 STX 여류명인전, 가그린배 여류국수전, 부안여류기성전 등 3대 기전이 있다. 일본에 비해 여류기전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우승상금도 5분의 1 수준이라 이런 기전 하나하나가 여류기사들에게는 단비와 같다.

특히 여류기성전은 전남 부안군이 후원하며 8강전에서 결승까지 그곳에서 직접 시합이 열려 색다른 정취를 느끼게 한다. 앞서 예선전이 치러지고 전기 우승자 루이나이웨이 9단, 전기 준우승자 김윤영 초단, 조혜연 8단, 김혜민 5단, 박지연 2단, 김효정 2단, 김선미 2단, 김혜림 2단 등 8명의 선수가 부안에서 8강전을 펼쳤다.

현재 여류바둑계는 루이 9단이 3기 연속 기성전 우승을 차지했고, 조혜연 박지은 체제가 10년 가까이 되면서 정체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이민진 5단, 김윤영 초단, 이슬아 초단이 선발되었다. 또 박지연 2단이 삼성화재배 세계대회에서 중국의 강자 퉈지아시 3단을 꺾고 남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대회 16강에 진출해 여류바둑계에 새로운 불씨가 싹트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이번 시합을 모두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유다.

지난 7일 채석강이 내려다보이는 대명리조트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8일 오후 1시 8강전이 시작됐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바둑은 역시 루이 9단과 김윤영 초단의 대국. 전기 결승 진출자들의 대결이자 광저우 아시안게임 중국과 한국대표의 대결이고, 여류바둑 세대교체의 기점이 될 수 있는 한판이었다. 바둑은 중반전에 바꿔치기로 엎치락뒤치락 요동을 치다 결국 272수만에 김윤영 초단이 흑 1집반 승을 거뒀다. 여류기성전 3연패의 루이는 8강전에서 탈락했다. 박지연 2단은 지금까지 4전 전패로 넘어서지 못했던 조혜연 8단의 벽을 넘었다.

이 두 판은 단지 여러 시합 중의 한판이 아닌 여류바둑계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의미 있는 승리였다. “결승전에 오른 것 보다 조혜연 8단에게 이긴 것이 더 기뻐요”라는 박지연 2단의 말처럼 여류바둑계가 한 고비를 넘기까지는 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어 결승전은 그 기세 그대로 ‘한방 국대(국가대표)’ 김윤영 초단과 ‘박본좌’ 박지연 2단이 만났다.

루이, 조혜연, 박지은 등 넘버3가 없는 결승전은 정말 오랜만이다. 많은 바둑 팬들이 기대하며 보고 싶어 하던 새로운 그림이 이제 막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승은 국가대표인 김윤영 초단이 차지했다. 이제 여류바둑계도 조금씩 설레기 시작했다.

김효정<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