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짐한 해산물, 사람 그리운 인심… 신안 하태도 웰빙 여행

입력 2010-10-13 20:52


그 흔한 자동차는 물론 음식점조차 없는 섬이 있다.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130㎞ 떨어진 하태도가 바로 그 섬이다. 목포에서 여객선으로 3시간30분 거리에 위치한 하태도는 바람과 파도가 심한데다 여객선 접안시설이 없어 낚시꾼을 제외하고는 굳이 섬을 찾는 관광객이 없다.

늘 외로움과 그리움에 사무치던 그 섬이 이제 손님 맞을 채비로 분주하다. 40년 숙원사업이었던 여객선 접안시설이 공사를 끝내고 준공허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채비래야 민박집을 쓸고 닦는 것 외에는 특별한 게 없다. 푸짐한 해산물과 넉넉한 인심이 하태도의 유일한 관광매력이기 때문이다.

가거도행 여객선이 뱃고동을 울리자 종선으로 불리는 작은 어선이 마중을 나온다. 그물이 널려 있는 성멀선착장은 만남과 이별의 정을 나누는 대합실. 워낙 사람이 그립다보니 섬 주민들은 하룻밤 묶고 가는 낚시꾼에게도 정이 들어 여객선이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든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속한 하태도는 상태도 중태도와 함께 태도를 구성하고 있다. 3개의 섬 중에서도 가거도 쪽에 가까운 하태도는 맏형 격으로 면적이 2.31㎢에 이른다. 50여 가구 100여명이 거주하는 하태도의 유일한 학교는 흑산초등학교 하태분교. 한때 160여명이 다녔으나 지금은 학생 4명에 교사 2명인 초미니 학교로 전락했다.

하태도는 어족자원이 풍부하기로 소문났다. 물이 깨끗하고 수심이 깊은 데다 남해와 서해의 빠른 물살이 수시로 교차하기 때문에 서쪽바다와 남쪽바다의 고기들이 다 모여든다. 굳이 양식을 할 필요도 없어 전복 홍합 돌김 미역 문어 생선 등 식탁에 오르는 모든 해산물은 자연산이다. 태도(苔島)라는 지명도 돌김인 석태가 많이 나는 섬이라는 뜻. 해녀들은 물질을 하지 않을 때는 썰물 때 물 위에 드러난 갯바위에서 돌김과 돌미역을 뜯는다.

낙도 중의 낙도인 하태도가 딱 한번 매스컴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섬이 생긴 이후 처음으로 ‘섬마을 선생님’이라는 TV드라마가 이곳에서 촬영되었을 때다. 하지만 평화롭고 인심 좋은 하태도가 드라마에서 조직폭력배의 싸움 장소로 그려져 주민들의 불만을 초래했다.

후박나무와 동백나무가 울창한 하태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이나 다름없다. 인적이 끊긴지 오래된 돌담길은 밀림을 방불케 할 정도로 풀이 자랐다. 그러나 수풀을 헤치고 마을 뒷산에 오르면 하태도의 유일한 해수욕장인 장불해수욕장과 에메랄드빛 바다, 그리고 중태도와 상태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바다에 흩뿌려진 보석처럼 펼쳐진다. 400∼500마리의 흑염소가 방목되고 있는 길쭉한 산은 나무가 자라지 않아 마치 대관령의 초원을 옮겨놓은 듯하다.

하태도 여행의 백미는 낚싯배를 타고 섬을 한바퀴 돌다 적당한 포인트에서 내려 낚시를 하는 것. 마을이 위치한 북쪽 해안을 제외하면 하태도의 해안은 붉은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강섬, 댕강여, 큰여, 다라도, 갈미여, 바닥여, 기둥여 등이 낚시 포인트. 11월 중순부터 3월까지는 60㎝ 이상의 감성돔이 줄줄이 올라온다.

일반 여행객들에겐 통발체험이 흥미롭다. 이장집에 미리 연락하면 하태도에 도착하기 전 통발을 설치해둔다. 통발에는 우럭을 비롯해 온갖 어류가 가득 들어있어 실컷 먹고 나머지는 집에 가져갈 수 있다. 주민들이 손님에게 내놓은 슬로푸드 밥상도 환상적이다. 전복찜, 전복회, 전복물회는 물론 귀하다는 흑볼락찜과 농어찜 등 육지에서는 구경조차 힘든 음식들이 입맛을 돋운다(여행문의:한국드림관광 1577-8121).

하태도(신안)=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