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내 경품 제공, 과연 성경적인가?

입력 2010-10-13 15:05


[미션라이프] 경기도 김포 A교회는 주일 예배에 새로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상품권을 준다. 또 추첨을 통해 컬러 TV와 디지털 카메라, 세탁기 등 경품을 제공한다. 최근 교회 성장이 둔화된 이 교회는 교회에 나오면 상품권을 준다는 홍보 팜플렛을 동네마다 돌리고 있다.

한국교회 내 경품 제공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교회나 선교단체들이 총동원주일이나 부흥회, 예배, 총회 등의 행사를 진행하면서 성도들에게는 상품(사은품)을, 초청 받은 사람들에게는 상품이나 경품을 추첨을 통해 나눠주고 있는 사례가 최근 부쩍 늘은 것.

중·대형 교회일수록 경품의 규모나 예산은 더 커진다.

B교회 후원으로 열린 지난 달 27∼29일 기독교한국침례회 제100차 총회에선 승합차 1대와 승용차 1대, 노트북 10대가 경품으로 제공됐다. C교회는 매년 전도왕에게 승용차를 선물하고 있다. D교회는 성경 암송대회나 성경 다독왕을 뽑으려고 해외여행 상품권까지 내걸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교회 행사 일정을 관리해 가면서 전문적으로 찾아다니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그들은 이왕이면 경품이나 상품이 크고 좋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곤 한다.

경품 제공은 주로 전도나 성경 읽기, 헌금 등을 독려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미자립교회 돕기라는 명분을 내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경품 제공을 하지 못하는 작은 규모의 교회들은 사기가 위축되고 새 신자 전도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경품 등의 제공이 새 신자나 참석 인원을 더 늘리기 위한 아이디어로 변질되면서 교회간 경쟁이나 신경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작은 교회의 전도의 문을 막거나 적어도 적지 않은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목회자들은 기독교 신앙은 요행을 추구하는 신앙이 아니며, 또한 상을 목표로 행동하는 기복 신앙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동시에 상은 이웃을 돌볼 수 없는 여유를 없게 하고, 경품은 재수나 운을 신봉하는 사람을 만든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경품 추첨은 결국 교회 부흥만 집착하는 과열된 성장 위주의 경쟁 논리라는 지적이다.

교회에 출석하면 상품권을 준다는 팜플렛을 받아든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교회 출석 10년차 김모(40)씨는 “선교를 하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한 중형 교회 목사는 “초창기 선교사들도 이런 방법을 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경품 제공은 비성경적이고 비복음적인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 강북에 사는 박모(54·회사원)씨는 “교회까지 물질을 내세워 교인을 늘리려 하다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종전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요즘은 경품 제공이 일반화되어 문제 제기가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라며 “하지만 요행이나 상을 지향하는 경품 제공은 분명 비기독교적이며 신앙의 본질에까지 상당한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