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이상훈] 中·日영토분쟁과 한국

입력 2010-10-12 18:40


일본 민주당 대표선거에서 간 나오토 총리가 승리한 후 내각 지지율이 상승했으나,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지지율이 저하되고 있다. 일본과 중국 간에 발생한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문제의 처리미숙에 대한 비판의식이 일본 국민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일 간의 이번 소동은 9월 7일 센카쿠열도 부근에서 조업을 행하고 있던 중국어선에 대해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퇴거 권고를 했지만 응하지 않고 순시선과 충돌함으로써 발생했다. 센카쿠는 일본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고, 중국은 옛날부터 중국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센카쿠가 일본 영토라고 한다면, 현장은 일본영해이고 해상보안청의 행위는 정당한 것이 된다. 그러나 만약 센카쿠가 중국영토라고 한다면 중국어선이 자국 영해에서 어업을 하고 있는데 일본의 순시선이 들어와 중국어선을 불법으로 나포한 것이 된다.

기존 주장 반복은 무의미

중국인 선장은 공무집행방해로 체포되었다. 중국정부는 거세게 반발했으며 구류되어 있던 선장을 무조건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일본은 국내법대로 처리하겠다고 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았으며,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중국인의 일본 관광 취소, 중국 내 일본인 4명 스파이혐의로 구금, 첨단제품에 필수적인 희토류(稀土類) 수출 중지 등의 실력행사에 나섰다. 바로 선장을 석방하면 일본정부가 굴복한 것이 되고, 일본국 내의 반(反)중국 감정, 반정부 감정이 높아질 것이라는 것은 누구의 눈에도 확실했다. 그러나 중국의 강경 대응에 일본정부는 처분을 보류하고 선장을 석방했다.

이상과 같은 과정을 검토하면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중국정부의 대일강경조치를 중국의 확장주의나 패권주의의 발로라고 비난하면 이야기는 간단하지만, 상황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센카쿠 영유권에 대한 주장에는 중·일 양국이 나름대로의 명분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양국이 오랫동안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을 해 온 것이다. 일본정부가 센카쿠는 일본의 영토이기 때문에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종래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둘째, 주권이나 영토와 관련된 대립은 국민감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략적 사고가 요청되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이번의 경우 중·일 지도자는 전략적 호혜 정신에 입각하여 냉정한 대응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중국도 일본도 비등하는 국내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고, 격한 대립으로 치달았다. 다행히도 지난 4일 양국 총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가 열린 브뤼셀에서 회담, 현재 상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정부 간 고위급 협의를 진척시키며 민간교류를 부활시키는 데 합의했다고 한다. 분쟁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평상시의 외교적 노력과 상호협조,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셋째, 일본정부의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긴 하지만, 일본이 분쟁지역인 센카쿠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국내법을 적용함으로써 관할권을 국내외에 과시했다는 점은 중요하다. 이러한 일본정부의 대응은 한·일 간에 발생할지도 모를 독도문제에 대해 살아있는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당사자국들은 해결 어려워

마지막으로 영토문제가 관련 당사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국만의 힘이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센카쿠문제 해결에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일본이 독도영유권 주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며 오히려 분쟁을 현실화시킬 시도를 꾸준히 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상정하여 미국이나 유럽, 아시아 등의 정세를 주시하고, 다각적인 협동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도 경주해야만 할 것이다.

이상훈(한국외대 교수·일본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