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확산] 중간선거 승리 위해선 中 환율조작국 지정해야 하는데… 미, 환율전쟁 진퇴양난

입력 2010-10-12 18:19

이른바 ‘환율 전쟁(currency war)’에 앞장섰던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미 재무부는 주요 교역국의 환율정책에 대한 보고서를 6개월마다 의회에 제출해야 하는데 올 하반기 제출 시한이 15일로 다가왔다. 재무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야 할지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2일 전했다.

미국은 다음 달 2일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이번 선거의 최대 이슈인 실업 문제를 중국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중국을 동네북 삼아 상대 당이 중국에 쩔쩔매고 있다고 비난하는 TV광고를 매일 내보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 위안화 절상을 요구한 것도 그 연장선이었다. 선거 승리를 위해선 이번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해 강경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형편이다.

문제는 막상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봐야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급격히 자유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두 나라 사이만 어렵게 만들 뿐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북한 핵문제나 아시아의 군사협력 문제에서 중국의 협조가 절실하게 필요한 형편이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위안화 절상이 미국의 대외무역 불균형에 변화를 줄 거라는 미국 정치인들의 생각은 우스꽝스럽다”며 “진짜 문제는 중국이 지난 30년 동안 소비를 줄여가며 수출하는 동안 미국인은 과소비를 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도 최신호에 “미국이 경제 불황을 중국 책임으로 떠넘겨선 안 된다”는 칼럼을 실었다. 칼럼은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일본 엔화가 50% 절상됐지만 당시에도 미국 제품의 경쟁력이 올라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위안화 절상이 미국 경제의 경쟁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미 케이토연구소의 무역정책 전문가 대니얼 이켄슨은 “오바마 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도 “보고서 제출을 선거 이후로 연기하는 선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