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 줄기세포 첫 임상시험… 종양 등 부작용 발생 우려속 윤리 논쟁 재점화

입력 2010-10-12 22:08


세계 처음으로 배아 줄기세포로 척수부상 치료를 받게 되는 임상시험 환자는 A등급 아급성흉추부상(thoracic spinal cord injury·급성과 만성의 중간 정도인 척추질병) 질환을 앓고 있다. 하체를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인 데다 방광과 장 기능도 마비되기 때문에 현재로선 물리치료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인체 대상 첫 줄기세포 시험=이번 치료법은 배아줄기세포를 희소돌기아교세포가 되기 직전의 ‘전구세포’까지 분화시킨 희소돌기아교전구세포(GRNOPC1)를 환자의 척수부상 부위에 직접 주입하는 것이다. 희소돌기아교세포란 척수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보호막인 신경수초(myelin sheath)를 구성하는 세포다. 제론사는 주입된 GRNOPC1가 희소돌기아교세포로 자라나 척수부상으로 파괴된 신경수초를 재생시켜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치료는 지난 8일부터 시작했다. 의료진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환자에게 주입된 전구세포에 대한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면역억제요법이 함께 시행된다. 우려되는 부작용 형태는 GRNOPC1 주입 이후 테라토마(피부 근육 신경세포 등 다양한 세포와 조직들로 이뤄지는 종양)가 형성될지, 면역체계가 거부반응을 일으킬지, 신경통증을 유발할지 등이다.

이번 시험에 앞서 실시된 척수손상 쥐 실험에서는 이 같은 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실험 대상 쥐에게 전구세포가 주입되자 운동활성(locomotor activity) 등이 좋아지면서 마비가 크게 개선됐다. 또 손상된 신경수초가 재생되고 부상 부위 주변의 신경세포도 다시 자라났다.

제론사의 토머스 오카르마 최고경영자는 “배아줄기세포는 인간 신체의 여러 세포조직으로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환자의 몸 안에서 새 척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임상시험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종승인을 받아 첫 환자를 치료중인 애틀랜타의 셰퍼드센터를 비롯, 미국 전역의 7개 척수부상 치료전문병원에서 시행된다. 대상은 척수부상 발생 7∼14일 된 환자 10명이다.

◇생명윤리 논란 재연=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은 기대 반 우려 반의 입장이다. 시험이 성공할 경우 암과 치매, 심장병, 손상된 장기의 대체나 복원을 위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겠지만, 실패할 경우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시험이 실시되면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을 놓고 또다시 생명윤리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1996년 복제양 돌리(Dolly)를 탄생시켰던 영국의 이언 윌머트 박사는 “이번 시험으로 줄기세포 시대의 새벽이 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의학계와 환자 단체 등도 이번 시험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진영은 생명 윤리 문제를 들어 태아줄기 세포의 이용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연구 목적으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하는 건 배아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지 말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