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적 조롱거리 된 김정은 訪中 초청
입력 2010-10-12 18:09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11일 북한의 ‘새로 선출된 지도부’를 중국으로 초청했다. 북한 노동당 창건 65주년 행사에 참석한 저우융캉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후 주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새로 선출된 지도부’에는 김정은이 포함된다. 김정은은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인민군 열병식을 주석단에 김정일과 나란히 앉아 참관했다. 중국이 북한의 후계 권력자를 정식으로 인정해 양국 관계에서 파트너로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사회주의 중국과 김씨 왕조의 결합이다. 이런 식의 기괴한 동맹 관계가 과연 중국의 정치이념 사회주의와 부합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 세습체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자국 이익을 중심으로 행동하고 있다. 국제관계에서 북한을 중국의 자원(資源)으로 삼으려는 계산이다. 북한에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에 대한 울타리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는 냉전시대에나 통용된 시대착오적 사고다. 국제 무역질서에 편입돼 세계의 공장이면서 시장 역할을 하고 있는 글로벌 중국이 정치적으로는 동북아적 사고의 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는 국제사회에서 국력에 걸맞은 위상을 얻기 어렵다.
중국의 집단지도체제는 나라를 특정인의 독단에 맡기지 않는 반면 대내외적으로 중대한 결정이 필요할 때 결단을 내리기 어렵다. 북한 옹호는 중국 지도체제의 부정적 속성을 드러낸다. 핵무기와 미사일로 주변국들을 위협하고 3대 권력 세습을 감행하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정책목표는 현상유지를 최선으로 삼는 것 아닌가 한다. 김정일의 건강 이상으로 인한 급변사태 등 혼란만 두려워할 뿐 북한이 중국처럼 개혁개방의 길을 가도록 권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야 북한의 핵 개발을 말리기는커녕 급변사태 시 제대로 역할이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비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지금이야말로 중국 역할이 필요한 때다. 언제 깨질지 모를 북한 현상유지에 급급할 게 아니다. 김정은을 초청해 왕조적 세습을 인가할 게 아니라 북한에 합리적이고 변화를 긍정하는 세력이 출현하도록 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