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국정감사] “금감원, 작년 5월 羅회장 차명계좌 알고 있었다”

입력 2010-10-13 00:56

금융감독원 수뇌부가 이미 지난해 5월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12일 드러났다.

지난해 5월 신한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종합검사 당시 검사팀장을 지낸 안종식 실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당시 태광실업과 신한은행 간 부당 대출이 있었는지 자금 전반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면서 “라 회장의 차명계좌 일부가 있었다는 정황은 있었는데 그때 검찰 수사로 원본 서류가 압수돼 있어 확인할 수 없었고 이를 상급자인 국장과 본부장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안 실장은 당시 전산자료 담당 직원들로부터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라 회장 간) 38억원의 거래 명세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2007년 자기앞수표를 발행해 박 전 회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돼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금주 명의인이 영업점에 나타나지 않아 알아봤지만 직원들의 진술이 엇갈린 데다 신한 측이 확인서 제출도 거부했다고 말했다. 안 실장은 검찰 수사에서 밝혀진 대로 50억원의 자금 거래를 조사하지 않고 38억원에 대해서만 조사한 이유에 대해선 “나머지 12억원의 거래는 신한은행 바깥에서 있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창 금감원장도 “차명계좌가 운용된 정황이 있지만 검찰 수사로 검사할 수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감원의 여러 가지 사전 정황 포착에도 불구하고 라 회장의 차명계좌와 관련한 권력 차원의 암묵적 비호가 있었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은 “박연차 사건이 터졌을 때와 지난해 정기검사 때 제대로 검사를 했다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되진 않았을 것”이라며 “금감원이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영택 의원은 급거 귀국했던 라 회장이 11일 다시 출국한 데 대해 “범죄 혐의를 받는 라 회장이 자유자재로 출입국하는 것은 권력의 비호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감원의 직무유기 지적이 일자 고위 관계자들은 이날 밤 늦게 말바꾸기를 거듭했다. 안 실장은 “검찰 수사로 자금거래 검사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부에 보고했지 계좌를 봤다고 보고하지는 않았다”고 발을 뺐다. 그러다 상부라인에 있던 주재성 은행업서비스본부장이 “차명계좌 정황을 보고받았다면 올 7월 검찰로부터 자료를 받아 검사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부인하자 “김영대 국장에게 정황을 보고했다”고 다른 얘기를 했다. 주 본부장은 “김 국장으로부터 라 회장 실명제건을 검찰 수사 중이어서 진행할 수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다시 말을 바꿨다.

국회 정무위는 이날 오후 라 회장을 오는 22일 종합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27일 귀국 예정인 라 회장이 국감 증인으로 참석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신한지주 관계자가 전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