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가디언 ‘국제아동보호 보고서’ 인용 실상 폭로… 이軍, 가자지구 아이들에 무차별 총격

입력 2010-10-12 18:29


팔레스타인 소년 모하메드(17)는 지난 8월 25일 가자지구 국경에서 800m 떨어진 곳에서 건물의 폐자재를 줍고 있었다. 이때 그에게 총탄이 날아들었다. 피할 겨를도 없이 총탄은 모하메드의 왼쪽 다리에 박혔다.

모하메드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가자지구의 국경지대가 위험천만한 곳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들어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의 형 애드함(22)은 “우리 가족은 12명이지만 아무도 수입이 없다”면서 “난민 자격이 없어 유엔의 지원도 받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모하메드가 건물 폐자재를 팔아 하루 벌 수 있는 돈은 5∼7파운드(약 8900∼1만2500원)에 불과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국경지대에서 아이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을 쏘는 이스라엘 군인들의 실상을 국제아동보호(DCI)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DCI는 13∼17세 아이들이 지난 3개월간 국경에서 50∼800m 떨어진 완충지대에서 총상을 입은 10건의 사례를 보고했다. 이 중 9건은 총탄을 다리나 팔에, 한 명은 배에 맞았다.

이스라엘은 2008년 12월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치조직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포 공격을 빌미로 가자지구를 기습 공격했다. 이후 이듬해 1월 18일 일방적인 휴전 선포 때까지 22일간 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국경 인근에 완충지대 설치를 선언하기도 했다. 국경에서 300m 지역에 철조망을 치고, 이곳에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침입할 경우 발포하겠다고 경고했다.

건축 자재 반입이 금지된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겐 이 지역 낡은 건물들에서 나오는 폐자재 때문에 이곳은 중요한 수입원으로서 매력적인 곳이었다.

가자지구 내 카말 오드완 병원의 정형외과 바쌈 마사리 박사는 “사람들은 건축 폐기물의 가치를 알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면서 “매일 한두 차례 이스라엘군이 민간인에게 발포하는 사건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3개월간 가자 국경지역 인근에서 총격으로 50여명이 부상하고 5명이 숨졌다”면서 “그 중 30%가 18세 이하의 소년들”이라고 덧붙였다.

부상은 주로 발과 다리에 집중됐다. 이스라엘 군인들도 상대가 위협적인 존재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팔레스타인 인권단체 알메잔의 관계자는 “이스라엘은 이 지역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면서 “비무장 민간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총을 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