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사망 3일째 빈소 표정… YS “황씨, 하루 한 끼밖에 안먹어”

입력 2010-10-12 22:03


전 북한 노동당 비서 황장엽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에서는 12일 오전 11시 입관식이 시작됐다. 입관식은 유족과 일부 장례위원, 경찰 등 20여명이 지켜봤다. 황씨의 수양딸 김숙향씨는 입을 꼭 다물었다. 울음을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 평소 가족처럼 가까웠던 몇몇 탈북자들의 낮은 울음소리가 흘러나왔고, 몇몇 장례위원은 벽을 잡고 흐느꼈다.

장의사가 “고인을 보낼 마지막 시간을 드리겠다”고 하자 김씨와 탈북자들, 장례위원들이 시신을 둘러쌌다. 김씨는 고인의 몸을 만지다 오열했다. 일부는 “아버지, 편하게 가시라”며 통곡했다. 1시간 만에 모든 절차를 마친 장례위원들은 오동나무 관에 시신을 옮기고 입관식을 마쳤다.

빈소에는 각계 인사의 발길이 이어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빈소를 찾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을 보내 유족을 위로했다.

오전 10시15분쯤 빈소를 찾은 김 전 대통령은 20분가량 조문한 뒤 빈소를 나왔다. 양팔을 부축받으며 나온 김 전 대통령은 “황 선생이 한 달에 한 번쯤 우리 집에서 점심을 같이 먹었다. 그 사람이 하루 한 끼밖에 안 먹었는데 나는 그것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본다”며 “황 선생은 나를 만날 때마다 2시간씩 이야기하며 북한 실상을 생생히 전해줬다”고 회고했다.

이 대통령을 대신해 빈소를 찾은 임 실장은 ‘황 선생은 우리 역사의 아픔이다. 고인 생전이나 사후나 국가가 책임지고 지켜드리는 게 도리니 영면하도록 조치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전현희 의원 등 민주당 의원 4명과 함께 조문한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방에서 국정감사에 참석하느라 늦게 왔다”며 “고인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망자에 대한 조의는 미풍양속 아니겠느냐”고 했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황 전 비서 영정 앞에 무궁화 훈장을 놓았다. 맹 장관은 “황 선생이 북한 실상을 우리 국민과 세계에 정확히 알려 안보태세 확립에 기여하고 북한 민주화와 개혁개방을 위해 헌신한 공로를 인정해 훈장을 수여키로 했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정병철 상근부회장은 전경련 임원들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정 부회장은 조의를 표한 뒤 재계가 모금한 부의금 1억원을 전달했다.

천안함 46용사 유족협의회 나재봉(고 나현민 일병 부친) 위원장과 언론 담당 이정국(고 최정환 상사의 자형)씨는 전북 전주에서 상경해 조문했다.

정부는 고인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키로 했다. 장례위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정당 대표가 장례위원장을 맡는 게 부적절하다”며 고사해 장례 공동위원장에서 제외키로 했다고 밝혔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