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낙지 공방 2라운드 진실을 알고 싶다
입력 2010-10-12 18:09
그제 서울시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장에 살아 있는 낙지가 등장하는 진풍경을 보였다. 낙지 주산지인 전남 무안군을 지역구로 하는 민주당 이윤석 의원이 낙지가 담긴 물통을 들고 나와 오세훈 서울시장을 상대로 질의를 한 것이다. 이 의원은 “오 시장이 던진 돌에 낙지 판매 상인이 다 죽었다”며 낙지 머리에서 기준치 이상의 카드뮴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연구수준을 문제 삼았다. 오 시장은 점심식사 자리에서 낙지 산지 주민을 위로한다며 머리가 포함된 세발낙지를 통째로 먹었다. ‘울며 낙지먹기’였다.
이날 주목을 끈 것은 오 시장의 행동이 아니라 발언 내용이다. 오 시장은 “시의 발표대로 낙지의 먹물이나 내장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괜찮다고 했으나 서울시는 낙지 머리의 유해성에 대한 추가 검사 결과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인체에 해롭다는 자료가 더 있으나 파장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연구 시설이나 역량이 식약청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중요한 것은 과학적 사실이다. 국민들이 즐겨 먹는 식품에 관한 정보는 어떤 이유로든 감추어서는 안된다. 식약청이 국가기관이라고 해서 그 위신을 고려할 일은 더욱 아니다. 서울시가 그토록 자신 있다면 연구 결과를 낱낱이 밝혀 공개적인 검증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표본의 문제, 연구 방법과 절차도 공개할 필요가 있다.
낙지는 우리 국민의 식탁에 빈번히 오르는 수산물이다. 낙지를 주재료로 하는 연포탕은 물론 볶음과 수제비 등 다양한 메뉴가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낙지 먹물에 들어 있는 타우린 성분이 몸에 좋다는 이유로 먹물 파스타와 식빵까지 개발돼 소비자들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따라서 서울시와 식약청은 기관 간 대결 차원을 넘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어민들의 경제적 이익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국민 일반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