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 40대 살해’ 70대노인 실형 면해
입력 2010-10-12 18:34
대낮에 경로당에서 난동을 부린 40대 남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70대 노인이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실형을 면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현미)는 11일 국민참여재판을 열어 살인혐의로 구속기소된 홍모(75)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석방 조처했다고 12일 밝혔다.
홍씨는 지난 7월 10일 오후 1시25분쯤 서울 서대문구 한 경로당에서 흉기로 노인들을 위협하던 김모(49)씨를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되자 “정당방위인 만큼 무죄”라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사건 당시 김씨는 경로당에서 벌어지던 화투판에 훈수를 두다 야단을 맞은 뒤 흉기를 들고 나타나 노인들을 위협했다. 노인들은 이를 제지했고, 이 과정에서 흉기가 바닥에 떨어지자 홍씨는 흉기를 주워 김씨의 배 등을 찔러 숨지게 했다.
검찰은 홍씨에게 징역 3∼4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피고인 측 변호인은 홍씨의 행동이 ‘불가벌(不可罰)적 과잉방위’에 속한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불가벌적 과잉방위란 극도의 공포 상태에서 자신의 목숨을 방어하면 정황상 정당성이 부족하더라도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형법 21조3항에 명시돼 있다
시민 배심원 7명은 평결 결과 ‘6명 유죄, 1명 무죄’ 견해로 변호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만장일치로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권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가 먼저 흉기 난동을 부렸고 홍씨가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웠을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국민참여재판은 2008년에 도입된 제도로 시민 배심원이 피고인의 유무죄나 양형 수준 등을 결정해 재판부에 권고한다. 재판부는 이들의 견해를 수용치 않을 경우 이유를 밝혀야 한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