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확산] 中 “신흥국 통화 보유 확대”… 이익·영향력 키우기

입력 2010-10-12 18:20


중국이 보유 외환에 신흥국 통화를 포함시키기로 하는 등 외환 관리 다변화에 적극 나섰다. 달러화 약세 등에 따른 자산 리스크를 줄이고 투자의 다양화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또 신흥국 채권 등을 구매함으로써 이들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다.



◇미국 국채 줄이고 신흥국 채권 등 늘려=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워싱턴 국제통화기금(IMF) 회동에서 “중국이 보유 외환을 더 다변화시킬 수 있다”면서 “작은 나라들뿐 아니라 일부 신흥시장국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6월 말 현재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2조5000억 달러에 육박했다. 이 중 60∼70%는 달러화, 20% 정도는 유로화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7월 말 현재 8467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했다. 중국의 미국 국채 매입은 2007년 12월 4776억 달러에서 지난해 연말 8948억 달러로 급증했다. 올 들어서도 조금씩 늘어 지난 4월엔 9002억 달러에 이르렀지만 이후 계속 줄여가고 있다.

반면 중국은 지난 7월 4억 유로 규모 스페인 국채를 매입했고, 최근엔 그리스 국채도 매입하겠다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국은 올 들어 9개월 동안 한국 국채 보유도 5조15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렸다. 페루와 멕시코의 국채도 구매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마리 토끼’(투자전략과 영향력 확대) 겨냥=중국이 보유 외환의 다변화를 꾀하는 건 우선 리스크를 줄이고 투자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 금융위기 이후 달러화 약세를 겪으면서 이에 대한 필요성이 확인됐다.

중국 인민대 재정과금융학원 자오시쥔(趙錫軍) 부원장은 “시장 환경이 이미 변화한 만큼 투자자의 책략도 당연히 조정돼야 한다”며 “외국 국채 비중을 다양하게 조정하는 건 중국 외환정책의 중요한 내용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아울러 영향력 확대라는 전략적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8월부터 올 7월까지 1년 동안 중국의 일본 국채 매입초과분은 2조2383억 엔에 육박했다. 중국은 그러나 지난 8월 이 중 대부분을 팔아치웠다. 일본에선 이를 두고 중국의 정치적 의도, 일본 경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 등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지난 2일 재정위기를 겪는 그리스를 방문, “이미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 그리스가 발행할 국채를 사들이는 데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호세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중국이 그동안 꾸준히 스페인 국채를 사줘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서 더 많은 국채를 사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중국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럽연합(EU)과 남미 등 신흥국가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