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위협하더니… 3일째 침묵하는 北

입력 2010-10-12 18:31

북한이 지난 10일 사망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와 관련해 12일 오후까지도 침묵을 지켰다. 그동안 원색적 비난과 함께 “자연사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며 살해 위협을 가한 것을 고려하면 의외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1997년 황씨 망명 직후 당 간부들 앞에서 “개만도 못하다”고 비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침묵하는 것은 당대표자회에 이은 김정은 후계 체제 선포라는 축제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 내부는 김정은을 띄우는 축제 분위기에 빠져 있어 다른 문제에 신경 쓸 틈이 없다”며 “조금 잠잠해지면 ‘배신자의 말로’ 등을 운운하며 적당한 수위의 비난을 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북한 지도부는 황씨의 죽음을 기대했을지 모르지만, 사망 사실을 일반 주민들에게 알려봐야 득될 게 크지 않다는 판단도 담겼다는 해석이다. 주체사상의 대부이자 노동당 최고위급 인사인 황씨의 망명은 북한 내부에 큰 충격을 줬던 사건이었다. 이 때문에 그의 사망 사실을 통해 옛 일을 들춰봐야 주민 통제나 체제 선전에 도움될 게 없는 셈이다.

그동안 북한이 일반 주민들이 시청할 수 있는 조선중앙TV 등 정규 매체보다는 해외 친북 인터넷사이트 ‘우리민족끼리’ 등을 이용해 황씨를 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3월 “추악한 민족 반역자이자 늙다리 정신병자인 황가 놈이 도적고양이처럼 숨어 다니지만 결코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