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금속 요동… 심상찮은 원자재값

입력 2010-10-12 18:25


환율전쟁을 야기한 글로벌 유동성이 이번에는 원자재가격을 자극하고 있다.



풍부한 자금이 원자재 시장으로 들어가면서 곡물 및 주요 금속값이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가파른 환율 하락으로 실물경제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원자재가 급등으로 물가 불안까지 가속화될 수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T)에서 옥수수 12월 인도분은 장중 8.5%나 급등한 부셸(약 27㎏)당 5.732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옥수수 가격의 장중 일일 상승치로는 1973년 이래 최고 기록이다. 지난 이틀간 상승치는 무려 12.7%에 달했다.

옥수수 가격의 급등은 미 농무부가 전날 올해 옥수수 수확량 전망치를 하향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다른 농산물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날 시카고에서 밀 선물가격은 2.8%, 대두는 4.7%나 상승했다.

금속류 원자재 가격도 연일 기록을 양산하고 있다. 1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금 12월 인도분 가격은 지난주 종가 대비 온스당 9.10달러(0.7%) 상승한 1354.4달러에 마감했다. 골드만삭스는 12개월 금값 전망치를 온스당 165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또 은의 12월물 가격은 온스당 24센트(1.1%) 오른 23.35달러에 마감해 30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으며 구리 12월물 역시 파운드당 1센트(0.4%) 오른 3.79달러에 마감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은 기후이변에 따른 공급부족과 신흥경제권의 탄탄한 성장 등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선진국이 유동성을 시중에 직접 푸는 양적 완화정책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 단기 수익을 노리는 투기세력들이 달러 등의 통화가치 급락을 피해 원자재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소비자물가가 관리목표를 크게 넘어선 우리나라로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 설상가상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환율 하락으로 기업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물가까지 치솟을 경우 소비부진, 기업 경영난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돈이 풀리는데 실물경기가 아닌 자산 쪽으로 몰리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뛰고 있다”며 “환율 하락 폭보다 원자재 가격 상승 폭이 크므로 물가 상승요인이 될 수밖에 없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석호 모형곡물팀장은 “국제 곡물가는 국내 물가에 3∼6개월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에 내년 초 곡물 수입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며 “조기경보시스템 강화와 곡물 수입처 다양화 등의 대응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