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부주의·과실·행정착오… 해마다 386억 혈세로 배상해줬다

입력 2010-10-12 21:30


특수강도죄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지방의 한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이모씨는 2006년 싸움이 잦다는 이유로 1인실(독방)로 옮겨졌다. 하지만 독방이 부족하자 이씨는 살인미수죄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김모씨와 방을 같이 쓰게 됐고, 이후 잠을 자다 김씨로부터 폭행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 이씨 가족은 2007년 “감시가 소홀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 배상금 7억8000여만원을 받았다.

민사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4억여원을 공탁했던 신모씨는 소송에서 진 뒤 법원에 공탁금을 돌려받겠다고 신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두 달 전 다른 사람에게 1억5000만원을 지급했다는 말이었다. 신씨의 공탁금을 대신 받기로 했다는 다른 사람의 말만 믿고 법원이 이 돈을 엉뚱한 사람에게 준 것이다. 신씨는 지난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 1억6000여만원을 돌려받았다.

국가의 잘못으로 피해를 본 사람에게 배상해준 금액이 지난 4년간 18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의 부주의, 과실, 행정착오로 인해 한 해 평균 386억여원의 세금이 사용되는 것이다.

법무부가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지난 8월까지 국가기관이 물어준 배상 건수는 1599건에 달했다. 이 기간 배상금 총액은 1803억2300여만원이었다. 배상금 액수가 1억원이 넘는 경우도 81건이었다.

국가의 손해배상금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정보기관의 조작, 고문 및 가혹행위 등이 드러나 물어낸 것으로 1232억여원에 달했다. 그 가운데는 1974년 당시 중앙정보부의 인민혁명당 간첩조작 사건에 따른 배상금도 포함됐다.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져 국가정보원이 강모씨 등 46명에게 지급한 646억3700여만원은 단일 사건 중 최대 배상금 규모다.

법원 경찰 검찰 법무부 등 법을 집행하는 기관들이 물어준 배상금도 265억5620여만원에 달했다. 구치소나 교도소에서의 불법 구금이나 인권침해, 수사상 위법 행위 등 법 집행 기관의 고의·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이 대부분이었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규정상 미군이 우리 국민에게 재산상 피해를 줬지만 우리 정부가 대신 배상한 금액도 매향리 사격장 소음 배상금을 포함해 95억원이나 됐다.

이 의원은 “공무원들이 법을 보다 신중히 적용하고 집행했다면 나가지 않아도 되는 예산인데 부족한 인권의식과 행정과오 등으로 귀중한 세금을 낭비한 셈”이라고 말했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