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선교 20년, 균형 감각 찾을 때 됐다

입력 2010-10-12 17:00


[미션라이프] 지난 10일 오전 11시30분. 인천 불로동 수정교회 1층 교육관에 들어서자 시트러스 향의 데오드란트 냄새가 물씬 풍겼다. 20·30대 필리핀 청년 10여명이 전자기타와 드럼, 신시사이저를 잡고 찬양연습을 하고 있었다.

예배시간이 되자 손등에 문신을 하거나 허리춤에 쇠사슬을 단 필리핀 노동자들이 하나 둘씩 모였다. 이들은 30분 넘게 ‘One way Jesus’와 ‘Here I am to worship’ 등 영어찬송을 불렀다. 이후 필리핀 출신 니콜라스(57) 목사가 나서 메시지를 전했다. 니콜라스 목사는 1991년 한국에 일하러 왔다가 예수를 영접한 외국인 노동자 출신이다. 그는 95년 필리핀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은 뒤 다시 한국에 왔다. 교회는 김포 대곶과 인천 남동공단 등 5개 지역에 필리핀 리더를 세웠다. 교회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필리핀 현지에서 가족들에게 복음을 전하고자 ‘패밀리 캠프’를 열고 있다.

한국교회가 외국인 노동자 20년여 년 역사 속에서 복음전도와 사회봉사라는 바른 균형감각을 찾아야 할 시점에 왔다. 그동안 지나치게 선교나 사회운동 중 한 쪽을 강조한 나머지 균형감각을 잃고 단기적 성과에 집착한 경향이 많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의 부재로 인한 소모적 경쟁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교회가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92년부터다. 희년선교회가 발족해 이주노동자 상담과 의료지원, 쉼터를 제공했다. 같은 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외국인 노동자 선교위원회를 설립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집’이 94년 성남을 시작으로 서울 안산 광주 양주 등에 설치되고, 96년부터는 서울조선족교회(중국)나 게르방교회(몽골), 대구서부교회(베트남)처럼 하나의 민족을 대상으로 하는 교회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외국인 노동자 무료진료를 최초로 시작한 갈릴리교회를 기점으로 여의도순복음교회 온누리교회 명성교회 충현교회 주안장로교회 등이 교회 내에 선교위원회와 외국인교회를 설치했다. 비슷한 시기에 중소형 교회로 외국인 노동자 사역이 확산되고 이주자 자녀 지원과 한글·컴퓨터 교육까지도 시작했다.

현재 외국인 노동자 사역은 △한국교회 내 외국인 선교부 △교회 내 외국인 독립교회 △독립교회 △외국인 노동자 선교단체 등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최적의 대안으로 꼽히는 것은 교회 내 독립교회로서 운영권을 보장하고 선교 파트너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한국교회 관습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를 통제하다 보면 자율성이 저하되고 선교 동력화를 이끌어 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조일래 수정교회 목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단순히 도와주는 차원에 그쳐서는 안 되며 그들을 제자로 키워내야 한다”면서 “우리 교회는 93년부터 필리핀 목회자의 생활비와 사택을 지원하고 독립 예배공간과 행사비 등을 지원해 왔다”고 설명했다.

조 목사는 “외국에 많은 재정을 투입해 선교사까지 파송하는 마당에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을 리더로 세우고 자국민에게 직접 복음을 전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선교방법”이라면서 “현재 자체적으로 커뮤니티를 구성한 필리핀 교인들이 매달 70만원의 헌금 중 절반을 자국에 세운 8개 교회에 선교비로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노동자 선교단체와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들 단체는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노동자들의 법적 문제 등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다. 실무자들은 외국어에 능통하기에 밀린 휴대폰 요금 문제부터 부동산중개업소 소개, 산재처리, 퇴직금 문제에 이르기까지 생활상 밀접한 문제를 다루며 자연스레 복음을 전하고 있다.

안디옥국제선교회 안산지부 남경우 목사는 “3D 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상담을 통해 변화되고 선교헌금에 동참함으로써 인도네시아에 직접 교회를 세우고 있다”면서 “안산 지역 등록체류자만 해도 1500여명에 이르는데 선교회가 사회복지사나 지역 병원, 국립의료원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상담을 통해 노동자 문제를 실제적으로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 목사는 “안산에 900여개 교회가 있지만 선교단체에 관심을 갖는 경우는 극히 적은 편”이라며 “세계선교를 위해 ‘윈윈’하기 위해선 선교단체의 전문성과 인프라를 인정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교단체 역시 언어와 상담의 전문성을 구비해야 하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섬공동체 대표 유해근 목사도 “외국인 노동자 선교는 교회가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빛과 소금의 사역으로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면서 “이제는 20년 역사을 바탕을 선교지향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400~500개 단체가 하나 되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며 반드시 연대해 선교적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정상적인 신학훈련을 통해 현지인 사역자를 키워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