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으로 부산영화제 찾은 공효진 “아직은 멜로 욕심”
입력 2010-10-13 01:05
손예진, 김태희, 한가인, 전지현, 송혜교…. 1980년 즈음에 태어난 이른바 ‘톱스타’들 사이에서 공효진(30)은 튀는 존재다. 미모가 아닌 패션으로 회자되며, 캐릭터가 분명하고, 당당하게 열애 사실을 공개한다.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본인의 존재감은 오히려 공고히 할 줄 아는 배우가 그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임순례 감독)주연배우로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그를 지난 10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평소 강렬했던 인상은 스크린 안에서만 보여주는 것이었을까. 의외로 소탈했다.
“전 평범한 성격이에요. 친구들도 그래요. 다른 배우들처럼 예민하게 굴지도 않고…. 그렇다고 항상 나이스(nice)하지도 못하고요. 화날 땐 화내고,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고, 사람들을 많이 살피기도 하고요.”
2008년 못생긴 여교사로 출연한 ‘미쓰 홍당무’로 대한민국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드라마 ‘파스타’로 성공한 뒤 고른 첫 작품이 저예산 영화인 ‘소와 함께…’다. 부모님 곁에 천덕꾸러기처럼 얹혀살던 시인 ‘선호’가 소를 팔러 나갔다가 이곳저곳을 다니며 겪는 일을 그린 로드무비다. 공효진은 선호가 사랑했던 여인 ‘메리’를 맡았다. 여주인공이긴 하지만 스크린엔 ‘소’보다도 덜 나온다. 그는 “시나리오가 워낙 좋아서 촬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완전히 녹아드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어느 역할을 하더라도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배우가 있다. 공효진은 후자다. 이번에도 그랬다. 불쑥 나타났다 사라지고, 무심한가 하면 집착하는 여인 메리를 공효진만의 색깔을 입혀 연기했다.
“남들도 그러겠지만, 저한텐 털털한 면도 있고 남성스런 면도 있어요. 유머러스하기도 하고 짜증도 잘 내고요. 성격이 열 가지가 넘지 않을까 싶어요. 연기할 때는 제가 갖고 있는 성격 중 하나를 부각시킨다고 생각하고 해요. 두 시간 안에 보여줘야 하니까.” 극중 인물이 되기보다 자신을 보여준다는 게 그의 연기론인 셈이다.
공효진은 특유의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청순하고 유약한 역할은 별로 해보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는 “드라마 ‘파스타’를 하기 전까진 분명히 사람들이 나한테 원하는 게 따로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녀보다는 강하고 특이한 성격의 역할을 주로 맡았지만, ‘파스타’에서 처음으로 캔디 같은 이미지의 ‘유경’ 역을 맡은 후에는 못 할 역이 없겠다고 느낀단다.
배우로서 그의 목표는 물었다. 20대 때는 어느 영화제에서든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게 꿈이었다는데 스물아홉에 이뤘다. “앞으로 10년 정도 더 지나면 그때는 보편적인 역할을 많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보면 시작부터 개성있는 역할을 해 왔으니 다른 여배우들과는 달리 평범한 역을 하는 게 제겐 모험인거죠.” 그러면서 “그때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멋지다는 말이 여러 의미가 있긴 하지만, 사람들은 알잖아요. 예쁜 것, 쿨한 것,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저는 그 중에서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결혼은 2년 후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아직은 류승범씨나 저나 멜로를 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결혼을 막 한 배우가 멜로 연기를 하기에는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이미지도 그렇고, 어렵잖아요.” 당당한 말투만큼이나 일 욕심도 분명했다.
부산=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