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 게임 D-30] 中 질주 예상 속 韓·日 ‘2위 다툼’ 불꽃튈 듯
입력 2010-10-12 17:25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밝힐 성화가 지난 9일 만리장성에서 채화되면서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13일로 D-30일을 맞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스릴 넘치는 게임들, 조화로운 아시아(Thrilling Games and Harmonious Asia)’라는 슬로건으로 다음 달 12일부터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서 16일간의 열전에 들어간다. 역대 최대 규모인 45개국 1만2000여명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에 한국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1007명) 때보다 많은 1013명의 선수단을 파견한다.
◇중국 독주 속 한국, 일본 누가 2인자?=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 이어 두 번째로 중국 대륙에서 열리는 이번 아시안게임은 중국의 독주가 예상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종합 1위의 최근 흐름에다 홈팀의 이점까지 안고 있는 중국은 42개 종목 476개 금메달이 걸려 있는 이번 대회 부동의 1위가 될 전망이다. 직전 대회인 도하 대회에서 165개 금메달을 따 2위부터 6위까지 국가가 획득한 금메달 합계보다 많은 금메달을 따낸 만큼 중국은 등수보다 얼마나 많은 수의 금메달을 따낼지가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베이징 아시안게임 때의 금메달 개수(183개)보다 많은 200개가 넘는 역대 최대 금메달을 예상하고 있다. 육상, 수영, 사격, 체조, 역도, 탁구를 비롯한 전통적인 강세 종목에서의 활약이 꾸준한 데다 중국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우슈(15개), 드래곤 보트(6개), 바둑(3개), 장기(2개) 등이 새로 정식종목에 포함됨에 따라 사상 첫 금메달 200개 돌파가 예상된다.
중국의 독주 속에서 한국은 4회 연속 종합 2위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종합 2위(금 65, 은 46, 동 53)에 올라 일본(금 52, 은 61, 동 68)을 따돌린 후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까지 3회 연속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65개 이상을 따내 아시아 ‘넘버2’를 굳히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이번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경쟁국 일본보다 개최국 중국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육상, 수영 등 기초종목 중심으로 강점을 가진 일본은 우리와 직접적인 메달 경쟁이 심하지 않다. 반면 중국은 사격, 배드민턴, 사이클, 펜싱, 체조, 핸드볼, 하키 등에서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어 메달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양궁 등 우리가 절대 우위에 있는 종목에서까지 중국의 홈 텃새가 더해질 경우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은 주 종목 육상에서 최근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중동세를 어떻게 잠재우느냐가 선전의 키가 될 전망이다. 일본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육상과 수영은 기록 경기여서 중국과의 맞대결로 인한 홈 텃새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중동 국가들은 ‘오일 머니’를 앞세워 아프리카 선수들을 귀화시켜 지난 도하 대회부터 육상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어 일본이 경계해야 할 상대다. 김칠봉 태릉선수촌 훈련지원팀장은 “사격 단체전이나 새로 메달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는 당구 등에서 기대하는 만큼의 메달을 획득하고, 일본이 육상에서 중동세에 밀릴 경우 2위 목표가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스타는 나=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메달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만큼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와 스타 탄생이 예고돼 있다.
우선 수영에서는 박태환(21·단국대)과 중국의 장린(23)이 리턴 매치를 갖는다. 자유형 200m, 400m, 1500m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두 선수는 쉽게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호각세다. 박태환은 4년 전 도하 대회에서 이 부문 3관왕 타이틀을 차지했지만 지난해 로마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 종목 모두 결선 진출에 실패해 슬럼프에 빠졌다. 하지만 박태환은 지난 8월 팬퍼시픽대회 400m에서 금메달을 딴 것을 비롯해 2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반면 1500m는 팬퍼시픽대회에서 장린에게 우승을 내줘 도하 대회 때와 같은 3관왕 달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올림픽 금메달과 세계선수권 4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한국 역도의 전설 장미란(27·고양시청)은 이번 대회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한을 풀겠다는 각오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지난달 세계선수권대회 3위에 오른 장미란은 이번 대회에서 최중량급(+75㎏급)에 출전해 부진을 털어버릴 예정이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3위이자 지난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위에 오른 중국의 멍수핑이 강력한 경쟁자다.
이 밖에도 인기 종목에서의 금메달 획득 여부도 관심사다. 조범현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추신수(클리블랜드) 김태균(지바 롯데) 등 해외파를 비롯해 류현진(한화) 김광현(SK) 이대호(롯데) 안지만(삼성) 등의 대표팀 선수들로 무장하고 대만, 일본과 금메달을 다툰다. 지난 7일 열린 조 추첨에서는 한국은 대만 홍콩 파키스탄과 함께 B조에 속했다. 대만은 전력의 핵심인 궈홍즈(LA) 첸웨인(주니치) 린웨이추(한신) 등이 소속팀의 거부로 차출되지 못했지만 도하 아시안게임 때 한국에 이긴 적이 있는 만큼 끝까지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대다. 일본 역시 프로 선수들을 제외하고 사회인 야구 선수 위주로 팀을 꾸리긴 했지만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다.
아시안게임이나 아시안컵과 같이 아시아에서 펼쳐지는 대회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던 축구 역시 24년 만에 금메달에 도전한다. 박주영(25·AS 모나코) 등의 와일드카드와 구자철(21·제주) 김보경(21·오이타) 등을 앞세운 축구 대표팀은 다음 달 8일 대회 개막 전 북한과 첫 경기를 시작으로 10일 요르단, 13일 팔레스타인과 잇따라 경기를 갖는다.
또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 우승과 U-20 여자월드컵 3위의 전적을 거둔 여자대표팀 역시 메달 획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소연(19·한양여대) 김나래(20·여주대) 문소리(울산과학대) 등 U-20 여자월드컵 멤버들이 속한 대표팀은 중국과 같은 A조에 속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