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수장 한마디… 채권시장 요동

입력 2010-10-12 00:36

외국 자금의 유입을 제어하려는 듯한 금융당국 수장의 한마디에 채권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외국인 채권 투자 시 부여했던 원천징수세 면제조치를 폐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한나라당 조문환 의원의 질의에 대해 “금융위 소관 사안은 아니지만 소관부처와 협의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진 위원장의 “협의” 언급이 지난해 외화 유치를 위해 채권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 자금에 부여했던 이자소득세와 법인세 면제혜택을 거둬들일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비쳐진 것. 자국의 통화가치를 끌어내리기 위한 각국의 알력이 심해진 가운데 우리 금융당국도 외국인 자금 유입속도를 조절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날 국고채 5년물은 전 거래일보다 0.04% 포인트 오른 3.65%, 10년물은 0.07% 포인트 뛴 4.06%로 장을 마쳤다. 국채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국채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사자”는 쪽보다 “팔자”는 쪽이 더 강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국채 선물시장에선 외국인과 은행이 각각 6812계약과 5595계약을 순매도했고, 증권사가 7813계약을 순매수해 전 거래일보다 15틱 하락한 112.68로 장을 마쳤다.

시장이 요동치자 금융위는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진화에 나섰다. 외국인 채권투자 소관부처인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협의 제의를 받은 적이 없고, 하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지 않다”며 부인했다. 정부가 민감해하는 데는 다음 달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갈등에 대한 조율에 나서야 하는 의장국 입장에서 자국 이기주의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