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씨 통일사회장으로… 장의위, 현충원 안장 추진

입력 2010-10-11 21:54


전 북한 노동당 비서 황장엽씨의 장례가 오는 14일까지 ‘통일사회장’으로 치러진다. 정부는 황씨에게 훈장을 추서하고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황씨 장의위원회는 11일 “북한인권단체와 탈북자들이 모여 장례를 5일간 통일사회장으로 치르기로 했다”며 “장지를 현충원으로 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최선을 다해 돕겠다는 뜻을 전하고 황씨에게 훈장을 추서하기 위해 절차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의위는 황씨가 위원장을 지낸 북한민주화위원회 등 북한인권 및 탈북자 단체를 주축으로 장의위원을 모집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명예위원장을 맡고 박관용 전 국회의장, 노재봉 전 국무총리,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정희경 청강재단 이사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는 조문객이 잇따랐다. 한나라당 지도부 6명과 함께 빈소를 찾은 김무성 원내대표는 “황 선생이 그토록 원하던, 북한동포가 자유를 찾고 북한 세습 체제가 붕괴되는 날을 못 보고 돌아가셔서 안타깝다”며 “국가 차원에서 당연한 예우를 받도록 당이 최선을 다해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오 특임장관과 이회창 대표는 함께 조문했다. 이 대표는 “국민이 황 선생을 망명자 황장엽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 문제 해결을 위한 의인으로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의위 대변인을 맡은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장의위원들과 이 장관 사이에 (장지 등 문제에 대해) 아주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갔다”고 전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장지와 훈장 추서 문제를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며 이명박 대통령도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오후 6시15분쯤 빈소를 찾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유족과 이야기하러 귀빈 접견실에 들어갔다가 먼저 와 있던 김신조 목사를 우연히 만나 악수했다. 김 목사는 1968년 박 전 대표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하러 남파됐던 북한 공작원으로 작전에 실패한 뒤 전향해 목사가 됐다.

이 대통령은 빈소에 조화를 보내 위로의 뜻을 전했다. 청와대는 임태희 대통령실장이나 정진석 정무수석 등이 조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빈소에서는 황씨의 양녀 김숙향(68)씨와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맹 대표, 홍순경 탈북자동지회 회장 등 탈북자단체 대표들과 지인 등 10여명이 돌아가며 상주 역할을 맡았다. 황씨의 양녀 김씨는 “어제 부검할 때 입회했는데 어르신 표정이 편안했다”며 “그분의 마지막 말은 ‘항상 건강 조심해라’였다”고 했다. 황장엽민주주의건설위원회 대표를 맡고 있는 김씨는 95년 중국 선양에서 황씨를 만난 인연으로 98년 12월 수양딸로 호적에 이름을 올렸다.

김씨는 “어르신은 북한 체제와 남한의 좌파를 어떻게 바로잡을까 많이 고민하셨다”며 “정권을 3대째 세습하는 북한의 모습을 보고 속상해 분사(憤死)하신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황씨는 지난 5월부터 감기, 치아 보철, 전립선 질환, 하지 불편 등으로 4∼5차례 경찰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의료진은 “고령이 원인으로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안구건조증으로 한 민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