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사망도 북한 내부 문제?… 진보단체 왜 침묵하나

입력 2010-10-11 18:35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사망 소식에 진보단체들이 침묵하고 있다. 황씨가 망명 이후 보여준 냉전적 시각이 한반도 평화에 되레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인식 때문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흥사단 관계자는 11일 “황씨 사망과 관련해 논평이나 성명서를 발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새사회연대와 참여연대 등 다른 진보 시민단체들도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공식적인 논평을 내야 할 이유는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북한의 3대 세습 문제나 황씨 사망 등에 침묵하는 진보 세력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황씨가 망명 이후 정치 세력에 이용당한 측면이 있지만 북한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점은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이디 ‘아리새’를 쓰는 한 네티즌은 “황씨가 북한 체제의 모순성을 알리고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한 것은 사실”이라며 “(진보단체가) 침묵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는 “황씨의 개인사는 민족의 비극이지만 그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바랐는지를 판단하는 건 개인의 문제”라며 “시민단체에게 생각을 표현하도록 강요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진보단체의 침묵은 그간 ‘북한의 인권은 특수한 역사·문화적 배경을 지닌 북한의 문제’로 인식해 왔던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흥사단 관계자는 “북한의 권력 세습 문제 등이 잘못된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북한 내부의 문제”라며 “황씨 사망도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성공회대 허상수 교수는 “황씨가 망명 이후 보수세력 등의 이데올로기 논쟁에 휘둘려 진보단체가 추구하는 통일 방법과 괴리를 보인 것이 사실”이라며 “침묵하는 것도 하나의 생각의 표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