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중재실패… 글로벌 환율전쟁 장기화 조짐에 원·달러 1110원대 붕괴 시간문제

입력 2010-10-11 21:41


지난 8일 잠깐 반짝 상승했던 원·달러 환율이 거래일 하루 만인 11일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장중 한때 1110원까지 내려갔다. 주요국 간 ‘환율 전쟁’이 다음 달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때까지 이어질 기세인 데다 달러 약세 움직임은 요지부동이어서 환율 1110원대 붕괴는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환율 1110원대 붕괴 초읽기=11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 8일보다 3.6원 내린 1116.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한때 1110.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원화가치가 뛰는 것(환율 하락)은 기본적으로 국내시장에 달러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와 외국인의 주식과 채권 매수가 달러 유입의 원동력이었다.

가파른 환율 하락세는 최근 한달여간 두드러진다.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을 계기로 환율 전쟁이 본격화된 시기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31일 1198.1원 하던 환율은 80원 이상 떨어졌다. 절상률은 7.3%로 같은 기간 엔화(3.4%)의 배 이상, 위안화(2.0%)의 3배 이상 뛰었다. 미국과 중국의 환율 갈등에다 일본정부가 독자적인 개입에 나선 글로벌 환율 전쟁의 유탄을 고스란히 원화가 뒤집어쓴 꼴이 됐다.

특히 이날 환율 움직임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와 IMF의 최고 자문기구인 IMFC 회의에서 최근 주요국 간 벌어지는 환율 갈등을 봉합하는 데 실패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중재 실패는 환율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높였고 이에 따라 달러 약세, 타 통화 강세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가 타국 통화보다 상대적으로 더 저평가돼 있다는 점도 외국인 투자자를 유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원화는 아시아 지역의 통화 중 2008년 외환위기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몇 안 되는 통화 가운데 하나”라며 “이에 따라 원화 강세가 예상되면서 환차익 등을 노리는 외국자본이 많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로 볼 때 원·달러 환율이 1110원선을 하회할 가능성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금융연구실장은 “G20 서울 정상회의까지 한국이 쉽게 외환시장에 개입하기 어렵다고 보고 들어오는 세력이 있는 것 같다”며 “외부 요인과 국내의 경상수지 추이 등을 보면 1100원선까지 환율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골머리 앓는 외환당국=외환당국은 현재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에 나서는 것 말고는 해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외국환은행에 대해 특별 공동검사를 실시하기로 하면서 환율을 끌어올린 것이 한 예다. 하지만 다음 날 환율이 다시 떨어짐으로써 약발은 오래 가지 못했다.

하지만 원화 강세가 수출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 의존적인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이 마냥 손을 놓고 있기도 곤란한 입장이다.

결국 내달 G20 서울 정상회의 이후 제도 및 통화 정책을 이용해 환율 급락을 막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외환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