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는↑ 수요는↓ 철근업계 “울고 싶어”

입력 2010-10-11 21:26


철근업계가 수익성 악화로 울상이다. 철근 원료인 철스크랩(고철) 가격과 전기료 등 원가부담은 커진 반면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수요는 줄고 있기 때문. 업계는 공장 가동률 축소, 제품가격 인상 등 자구책 마련에 한창이다.

11일 철근업계에 따르면 동아시아지역 철스크랩 수입가격은 7월 t당 360달러대에서 지난달에는 400달러대를 넘어섰다. 9월 국내 철스크랩 가격도 8월보다 t당 2만원 이상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부는 8월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5.8% 인상했다. 철스크랩을 녹여 철근을 뽑아내는 데 필요한 전기로(爐) 가동비용 부담 역시 늘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3월 81만t을 넘었던 철근 판매량(7대 전기로 제강사 기준)은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8월엔 65만5000t에서 지난달에는 51만4000t으로 떨어졌다.

주요 소비처인 건설업계가 주택경기 침체 등으로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9월 전국 주택 분양물량은 9090가구에 그쳐 최근 5년간 9월 평균(2만7004가구)에 비해 66%나 감소했다. 이달 전국 분양예정 물량도 1만8350가구로 최근 5년간 10월 평균(2만5737가구)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제 분양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전국 신규 민간사업장 8곳 모두 청약이 미달된 상황”이라며 “이런 때 섣불리 분양에 나서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철근업계는 공장 가동률을 줄이는 등 생산효율 개선에 나선 상황이다. 국내 철근업계 1위 현대제철은 지난달 철근공장 가동률이 60%대로 떨어졌다. 동국제강 역시 지난달 철근공장 가동률이 70%를 밑돌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집계 결과 철근업계가 가동률을 줄이면서 올 들어 8월까지 철근 생산량은 587만1000t(수출물량 포함)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8.5% 떨어졌다.

또 현대제철은 이달부터 건설용 자재인 철근 등 봉형강류에 적용하던 3만∼4만원의 시황할인을 폐지했다. 아울러 지난달에 이어 철근과 H형강에 대해 각각 1만원과 5000원을 추가 인상했다. 이번 인상으로 현대제철 철근은 t당 81만1000원(고장력 10㎜ 기준)으로 H형강은 92만5000원(소형 기준)이 됐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생산효율 개선 및 원가 절감에 주력하고 있지만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가격 조정이 불가피했다”면서 “건설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철근 판매도 늘어날 것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초 철근과 H형강 가격을 올린 동국제강도 추가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국제 철스크랩 가격 상승 등 원가 부담 압박에 따른 것”이라며 “수요자들과 협의를 통해 추가 인상폭이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