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군 대장→외교무대 데뷔 불과 2주… 北 ‘김정은 우상화’ 총력전
입력 2010-10-11 21:45
느닷없는 인민군 대장 칭호에서 3대 세습의 후계자임을 전 세계에 선포하기까지 불과 2주가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초까지 ‘김정운’으로 이름이 잘못 알려졌고, 20대 이후 사진조차 없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의 이야기다.
지난달 28일 제3차 당대표자회가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정부 관계자 및 대북 전문가들은 대체로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의 직책과 모습이 공개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김정은이 후계자 지위를 부여받더라도 당분간은 커튼 뒤에 숨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무대의 막이 오르자 북한은 유례 없는 ‘깜짝쇼’와 모험을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김정은에게 대장 칭호를 수여했고, 이튿날에는 당 중앙위원 및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앉혔다. 이를 사진과 함께 대내외에 공표했다. 대장 칭호에 이은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임명은 김정은이 공식적으로 후계자 지위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김정은은 10일 열린 노동당 65주년 창건 기념 열병식에서는 전 세계가 생방송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주석단에 올랐다. 김 위원장의 경우 후계자로 내정된 뒤 주석단에 오르기까지 6년이 걸렸다. 김정은의 주석단 등장은 그가 후계자로서 직접 통치에 나설 것임을 선언한 것이다.
김정은의 권력 승계는 북한이 강성대국 원년으로 정한 2012년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진출해 당을 장악하고, 김 위원장으로부터 중앙군사위원장 및 인민군 최고사령관직 등을 넘겨받으면 승계 절차가 끝난다.
향후 북한은 김정은 생일을 국경일로 지정하는 등 우상화 작업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6자회담이나 북한 핵 등 부담스러운 문제에는 직접 나서지 않으면서 다양한 실적 쌓기에 치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