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인민은행장 “환율, 중국식 처방할 것… 양약 강요말라”

입력 2010-10-11 21:40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중국 위안화 절상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중국식 처방’으로 금융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장은 10일 미 워싱턴에서 열린 금융인 세미나에서 “중국식 치료제는 10가지 약초를 섞어 1∼2개월 뒤에나 효과가 나타나는데, 최근의 환율 논쟁은 하룻밤 사이에 해결할 수 있는 약제를 내놓으라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올 들어 중국 물가는 3.7% 올랐다. 목표치인 3.0%를 이미 넘어섰다. 인플레이션으로 주택 가격이 치솟는 등 중국 내수경제가 불안한 시점에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중국 입장이다.

저우 행장은 또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주요 통화를 가진 나라들이 금리를 극단적으로 낮추고 (통화량을 늘리는) 비정상적인 통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개발도상국들이 통화 정책 꾸리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미국·EU 책임론을 주장했다.

류밍캉(劉明康)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 주석도 11일 유럽의 경제전문지 ‘이머징 마케츠’(Emerging Markets)에 보낸 기고문에서 “다국적 금융기업의 붕괴로부터 우리 모두를 안전하게 지켜줄 만리장성(Great Wall)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 만리장성’의 일환으로 류 주석은 거대 금융기관이 붕괴할 경우 적용할 원칙을 미리 국제협약으로 정하자고 밝혔다. 금융위기 해결책은 위안화 환율이 아니라 선진국의 다국적 금융기관을 더 면밀히 감독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외환 시장에서 중국 위안화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11일 달러·위안 환율은 달러당 6.67061위안을 기록, 전날의 사상 최저치 기록을 이틀 연속 갈아 치웠다. 위안화는 올 들어 2.2% 넘게 절상됐다. 채권 부도 가능성을 반영하는 신용파산스와프(CDS)의 가격도 중국 5년물 CDS가 56bp(1bp=0.01%)로 미국의 46bp와 불과 10bp 차이를 기록했다. 영국은 60bp, 프랑스는 76bp였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부터 과도하게 풀린 시중유동성 흡수를 위해 이번 주부터 공상은행과 건설은행, 중국은행, 농업은행, 초상은행, 민생은행 등 중국 6대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 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한편 두부리 수바라오 인도 중앙은행(RBI) 총재는 IMF 패널회동에서 “거시경제 상황이 악화될 경우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이라면서 “아직은 수입 증가로 경상적자가 늘고 있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인도 루피화는 올 들어 5% 이상 가치가 상승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