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샤오보, 옥중 수상 소감 “천안문 희생자들에 노벨 평화상 바친다”
입력 2010-10-12 00:34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된 중국 인권활동가 류샤오보(劉曉波·55)는 천안문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에게 상을 바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국가 전복선동죄로 랴오닝(遼寧)성 진저우(錦州)에 수감 중인 류샤오보는 10일 부인 류샤(劉霞)를 면회한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노벨상을 제일 먼저 1989년 6월 4일 천안문(天安門) 광장에서 무력진압 와중에 목숨을 잃은 이들에게 돌린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류샤오보를 면회하고 온 류샤는 친지들에게 이메일로 이 수상 소감을 전했다. 류샤오보는 천안문 희생자들이 “평화와 민주주의, 자유, 비폭력의 정신을 일으키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쳤다”며 “상 받을 사람은 그들”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류샤는 밝혔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류샤오보와 류샤가 외부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막고 있다. 베이징의 류사 자택 앞에선 6명의 남자가 출입을 막으며 기자들에게 철수를 요구했다. 중국 공안은 노벨 평화상이 발표된 지난 8일 밤 류샤를 데리고 베이징에서 500㎞ 떨어진 진저우로 갔으며, 류샤는 남편을 만나기 위해 협상을 벌여야 했다.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의 류샤는 인터넷을 통해 소식을 전했다. 류샤는 남편을 만난 뒤 자신의 인터넷 트위터 계정을 통해 “형제님들, 이제 귀가했다. 샤오보를 만났고 교도소가 그에게 9일 밤 수상 소식을 말해줬다”고 소개했다. 류샤는 또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도와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중국 정부의 강경한 대응은 오히려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 발표 직후 베이징 주재 노르웨이 대사를 소환하고 가족들의 외부 접촉을 차단하는 등 중국 정부가 취한 조치가 중국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보여준 셈이다.
한편 대만의 40여개 민간단체가 류샤오보의 석방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10일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서에서 “중국 당국은 인권 운동가와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야만 행위들을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이 포함된 국제 펜클럽 역시 11일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