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젠킨스 국제월드비전 총재 “한 아이 책임지면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입력 2010-10-11 18:39


“당신이 단 한 아이만이라도 책임지고 돕는다면 세계를 변화시킬 순 없어도 한 사람의 삶은 바꿀 수 있습니다.”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 창립 60주년을 맞아 케빈 젠킨스(54·사진) 국제월드비전 총재가 한국을 찾았다. 젠킨스 총재는 월드비전의 목표를 “세계를 향한 거대한 변화가 아니라 가난한 한 아이를 도움으로써 기부자와 수혜자 모두가 변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젠킨스 총재는 “한국은 1950년 월드비전이 첫 사업을 시작한 나라이자,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전환된 유일한 사례”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한국이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바뀌게 된 원동력으로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한국인의 투지와 가난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꼽았다.

젠킨스 총재는 “태국이나 브라질과 같은 나라도 한국처럼 ‘돕는 나라’가 되려고 노력하지만 발전 속도나 모금액 면에서는 아직 미치지 못 한다”며 “한국 사람이 스스로 만든 부를 다른 사람과 나누려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제월드비전은 매년 전 세계 후원자 300만명으로부터 후원금 26억 달러를 모아 97개국에서 긴급구호 및 지역개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젠킨스 총재는 월드비전의 성장 동력을 일대일 결연사업에서 찾았다. 그는 “누군가를 내 손으로 살린 경험이 결국 당신의 삶도 바꾸게 된다”며 일대일 결연 사업의 의의를 강조했다.

월드비전은 97년부터 한국을 포함한 7개 국가가 공동으로 대북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까지 지원한 5000만 달러 가운데 한국월드비전이 2000만 달러를 책임졌다. 주된 사업 영역은 씨감자 보급 같은 농업 사업이다. 지난해에는 북한 농업과학원 소속 연구원들과 연계해 감자 280만t을 수확했다. 젠킨스 총재는 “대북 사업에는 통제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며 구호단체가 정부에 영향력을 미치기 어려운 한계를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월드비전의 목표는 정치가 아니라 가난한 아이들을 돕는 것”이라며 “한국월드비전과 함께 북한에서 사업을 잘 전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대북지원 사업 지속 의사를 밝혔다.

젠킨스 총재는 “한국월드비전은 정말 국제월드비전 가운데 가장 훌륭한 모델”이라며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고, 도움을 받고 있는 나라들에 ‘한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할 수 있다’는 모델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30여년간 항공회사 등 사기업에서 컨설턴트 및 최고경영자로 일해 왔던 젠킨스 총재는 2000년부터 캐나다월드비전 이사로 활동하다 지난해 10월 총재로 부임했다.

글·사진=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