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간 겹쳐 못본 대입시 전형료 돌려줘라
입력 2010-10-11 17:40
올해 대학 수시모집에서도 시험날짜와 시간이 겹쳐 전형료만 날리고 시험을 보지 못한 수험생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불합리한 관행이지만 교육당국과 대학은 팔짱만 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대학 입시에서 수시 전형료 불공정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1월 시험날짜가 겹치면 전형료를 돌려주도록 대학 약관을 수정하라고 권고했다. 문제는 대학이 올해 수시모집에서 시험날짜를 공지하고 원서접수를 끝낸 다음 뒤늦게 시험시간을 알렸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시험시간처럼 세세한 것은 규제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수시 전형료는 대학과 계열별로 차이가 있지만 7만∼8만원은 기본이고, 예체능계열은 16만원 안팎에 이르는 곳도 있다. 1·2차 시험을 보는 대학의 경우 1차 시험에 떨어진 수험생에게 전형료의 일부를 돌려주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학이 입시만 끝나면 교직원들에게 특별수당을 주는 등 ‘돈 잔치’를 벌인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대학정보공시센터가 지난 6월 발표한 2009학년도 수시모집 전형료 수입 현황에 따르면 4년제 대학 182곳이 1026억원을 벌어들였다. 수십억원의 수입을 올린 대학도 있다.
수험생 규모에 따라 고사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시험시간을 추후에 공지할 수밖에 없다는 대학 주장에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학은 우월적 위치에 있는 공급자이고, 수험생은 공급자의 눈치를 보는 약자일 뿐이다. 수요자가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게 해서는 안 된다. 대학이 그동안의 경쟁률을 고려하고 고사장을 충분히 확보한다면 시험시간을 사전에 공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시험날짜가 같고 시험시간이 비슷하다면 누가 중복 지원을 하겠는가.
교육당국은 수험생 책임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뇌지 말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타당한 이유가 있는데도 전형료 환불을 거부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지원금 삭감 등의 조치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피해를 본 수험생들이 한국소비자원이나 법원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적극 고려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