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말 방송’ 키우는 솜방망이 징계

입력 2010-10-11 17:40

“야 너 미친X 아니냐.” “건방진 쉐이.” “진짜 뚜껑 좀 열리네요.”



뒷골목에서 오고간 대화가 아니다.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한 말들이다. 온 가족이 거실이나 안방에서 보는 지상파 TV와 라디오에서 반말과 비속어, 심지어 욕설까지 난무하고 있다. 어제오늘 지적된 문제가 아닌데도 지상파 방송에서 막말이 사라지기는커녕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지상파(TV·라디오) 방송 언어 심의제재 내역’에 따르면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의 부적절한 언어 사용에 대해 내린 제재 건수가 2008년 30건(16개 프로그램)에서 지난해 65건(30개 프로그램)으로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2008년 방통위가 출범한 이후 48개 프로그램(중복 심의 포함)에 내린 조치를 보면 권고 33건, 주의 10건, 경고 4건, 시청자에 대한 사과 1건으로 나타났다. 실질적 제재라고 보기 어려운 권고가 전체의 69%에 달하니 솜방망이 처벌로 ‘막말 방송’에 제동이 걸릴 리가 없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은 ‘방송은 저속한 표현 등으로 시청자에게 혐오감을 주어서는 안 되며(제27조 품위유지),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억양, 어조 및 비속어, 은어, 유행어, 조어, 반말 등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제51조 방송언어)’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지상파 방송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항(제8조 지상파 방송의 책임)을 두어 ‘지상파 방송은 가족 시청 시간대에는 가족구성원 모두의 정서와 윤리수준에 적합한 내용을 방송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지상파 방송을 보면 케이블TV 못지않게 ‘막장 드라마’와 ‘막말 프로그램’이 난무하고 있다. 상업방송이나 공영방송이나 마찬가지다. 국립국어원의 조사에 따르면 가족 단위 시청자들이 많은 체험형 예능프로그램이나 토크쇼에서 오히려 막말을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지상파 방송의 막말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히 제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