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으로 수출기업 ‘비명’

입력 2010-10-11 18:03

환율 급락으로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조선, 자동차, 전자 등 수출기업들은 당장 매출과 채산성에 직격탄을 맞을 뿐 아니라 경영 불확실성이 커져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각 기업들은 환율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환헤지, 결제 통화 다변화 등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건조물량의 90% 이상을 수출하는 조선업계는 부품 국산화율도 높아 환율 하락 시 신규수주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특히 이미 수주한 선박(수주잔량)에 대해선 계약 당시보다 손해를 감수하고 만들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주요 조선사들은 수출 거래의 대부분에 대해 환헤지를 하고 있다.

내수보다 수출 물량이 배가량 많은 자동차업계도 환율에 민감하기는 마찬가지. 현대·기아자동차는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매출이 약 2000억원(현대차 1200억원, 기아차 800억원) 감소한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는 달러 결제 비중을 줄이고 유로화 등 나머지 통화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전자업계 역시 수출 비중이 높아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매출과 영업이익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율 변동을 늘 발생하는 문제로 보고 원가절감, 물류 효율화 등 근본적 체질 강화로 상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해외수주 경쟁력 약화와 환차손에 따른 수익성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등 해외 사업비중이 큰 대형업체들은 환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이미 통화선도계약을 해둔 상태다. 통화선도계약은 미래의 특정시점(만기)에 계약된 통화를 사거나 파는 방식이다.

반면 환율 하락이 호재인 업종도 있다. 국내 여행객에 대한 의존도가 큰 항공업계는 감소되는 외국인 수요보다 국내 여행객 수요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 밀가루, 설탕 등 원료를 대부분 수입하는 식품업계도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최정욱 박재찬 천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