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조선인 집단항거 했었다… 가혹한 처사에 수차례 파업
입력 2010-10-11 18:24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가야누마’ 탄광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 1000여명이 가혹한 처사에 항거해 파업 등 집단행동을 벌인 사실이 확인됐다.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는 2005년 9월부터 진상조사를 벌여 이 같은 내용의 ‘홋카이도 가야누마 탄광에 강제 동원된 전북 출신자의 피해 진상조사’ 보고서를 펴냈다고 11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홋카이도에는 1939년 10월부터 조선인 15만명이 강제 동원됐다. 이 지역 1호 탄광인 가야누마 탄광도 1939년 10월 130명을 시작으로 매년 꾸준히 징용자가 늘었다. 지원위 관계자는 “1944년 825명의 조선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전쟁 당시 최소 1000명 이상이 징용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위는 가야누마 탄광의 조선인이 굶주림, 감시, 구타 등 차별대우에 집단 항거한 사실도 확인했다. 가야누마 탄광 노무자들은 1941년에는 식사 개선을 요구하는 파업을, 1944년에는 일본인에게 맞아 억울하게 숨진 동료를 위한 단체 행동을 벌였다. 광복 이후 퇴직금 등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했다는 기록도 있었다.지원위는 또 가야누마 탄광에서 일한 조선인 350명이 기록된 ‘선거권하조서’ 명부도 발견했다. 선거권하조서는 1945년 9월 일본이 중의원 선거에 필요한 선거인 명단을 작성하기 위해 만25세 이상 성인 남성을 조사한 기록이다. 지원위 관계자는 “선거권하조서에는 전북 출신이 225명이었고, 그 가운데 남원 출신이 82명이나 됐다”며 “일본이 태평양전쟁 당시 조선에서 군(郡) 단위로 노무자를 집단 징용한 증거”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