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필승 계투진’→‘필패 계투진’

입력 2010-10-11 17:52

포스트시즌이 진행되면서 가을야구에 진출한 팀들이 정규리그에서 발휘한 자신들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필승 계투진, 두산·롯데는 막강한 공격력이었지만 이같은 강점이 포스트시즌에서 사라지면서 팀의 승리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올시즌 5회 리드시 53연승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삼성은 이같은 ‘필승 계투진’을 통해 정규리그에서 2위를 차지했고, 내친 김에 한국시리즈 우승도 바라봤다. 권혁-정현욱-권오준-정인욱-안지만이 버티고 있는 불펜은 그 누구도 뚫을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의 ‘필승 계투진’은 ‘필패 계투진’이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다. 1·2차전에서는 권혁이 ‘불쇼’를 선보였다. 권혁은 1차전에서 6-5로 앞선 9회 구원등판해 볼넷과 내야안타를 잇따라 내준 뒤 보크까지 범하며 패전 직전까지 몰렸고, 2차전에서는 6회 무사 1, 2루에서 볼넷과 연속안타를 얻어맞으며 패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3차전에서는 정현욱과 정인욱이 ‘방화범’이 됐다. 정현욱은 4회말 1사 1, 2루에서 정수빈에게 좌중간 3루타를 맞고 2실점하는 등 ‘마당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내려왔다. 정인욱은 ‘필패 계투진’의 하이라이트를 선보였다. 3차전 연장 11회에 삼성은 8-6으로 간신히 역전에 성공했지만 정인욱이 불을 지르면서 8-9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당초 3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할 것으로 예상됐던 삼성은 불펜의 난조로 1승2패라는 낭떠러지로 몰리기도 했다.

두산과 롯데는 정규리그에서 각각 홈런·타율 1·2위의 팀이었다. 두산은 여기에 막강한 불펜을 보유한 게 장점이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중심타선의 극심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정규리그에서 ‘홍대갈’(홍성흔-이대호-가르시아)로 이어지는 롯데의 공격력은 가히 핵타선이었다. 이들은 페넌트레이스에서 무려 96홈런 332타점을 합작했다. ‘홍대갈’이 터뜨린 홈런 수는 넥센 팀 전체의 홈런(87개)보다 많았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 내내 부진에 시달리며 2승뒤 충격의 3연패로 가을야구에서 하차하는 수모를 겪었다. 두산도 ‘김동석’(김현수-김동주-최준석)이 부진에 시달리며 포스트시즌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두산은 그나마 김동주와 최준석이 살아나고, 불펜도 시간이 갈수록 안정돼 플레이오프에서 3차전까지 2승1패를 거뒀다.

따라서 끈끈한 조직력이 강점인 SK가 한국시리즈 우승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타력과 투수력은 기복이 있지만 조직력과 팀플레이는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SK 김성근 감독은 “어느 팀이 올라오든 상관없다. 우리가 어떤 플레이를 하는지에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