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친기업 행보, 영세상인 옥죈다
입력 2010-10-11 22:18
오세훈 서울시장의 친기업 행보가 영세상인들의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에 입점한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지난 8월말 현재 210곳으로 2006년말 50곳에 비해 4.2배 증가했다.
2007년 신규 입점한 SSM은 19곳, 2008년 25곳, 지난해에는 85곳 등으로 갈수록 증가 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송파구가 28곳으로 가장 많았고, 서초구(18곳), 강남구(16곳) 등 ‘강남 3구’에 전체 SSM의 37.3%가 포진했다. 대형 마트로 분류되는 1000㎡이상의 SSM은 35곳(16.7%)에 불과한 반면 절반이 넘는 SSM은 400㎡미만으로 골목 상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SSM이 급증하게 된 배경은 ‘SSM 입점을 반대하는 것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축시킨다’는 서울시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10년 2월 중소기업청이 작성한 서울 롯데슈퍼 가락점 등 3개의 SSM에 대한 사업 조정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시는 일방적으로 SSM을 옹호했다.
송파구는 ‘영업시간 및 취급품목 제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중소기업중앙회는 “입점 지역을 변경하고, 품목 및 영업시간 제한 등의 (주변 영세 상인과의) 상생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시는 “기업활동과 자유경쟁체제를 제한하는 등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축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결국 이들 SSM은 입점이 허용됐다.
이 과정에서 시 사전조정협의회 위원들의 반대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는 부산시 등 다른 지자체의 방침과도 대조된다. 지난 3월 부산시는 부산 GS슈퍼 반송점 개점과 관련 ㈜GS리테일측에 사업개시를 2년간 연기하고, 사업개시 후 1년간 1차식품(야채, 과일, 정육, 수산) 중 1개 품목에 대한 판매금지를 권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부산시는 또 지난 7월 탑마트 초량점에 대한 사업조정검토회의에서 주변 150여 상점의 어려운 경제여건을 설명, GS슈퍼 사례와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고, 이들 슈퍼는 모두 입점이 연기됐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민주당 장세환 의원은 “중기청 조사결과 SSM 한곳이 입점하면 주변 점포 매출액이 연간 5000만원 감소해 영세상인들은 결국 파산하게 된다”면서 “서울시가 사전조정협의회 논의와는 달리 중기청에 친기업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은 오세훈 시장의 경제관념과 중소상인들에 대한 무관심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