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사망] 갑작스런 사망에 한때 암살 의혹… 경찰 “심장마비 추정”

입력 2010-10-10 18:35

경찰은 황장엽(87)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타살 가능성을 일축했다. 황씨가 북한의 ‘암살대상 1순위’로 지목돼 왔고 공교롭게도 조선노동당 65주년 창건일에 숨졌지만 황씨 자택의 높은 경호 수준과 시신에 외상이 없다는 점에 비춰볼 때 심장마비 등이 원인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경찰청 보안국 관계자는 10일 “황씨가 기거하던 서울 논현동 자택은 최고 수준의 경호 체제가 구축돼 있어 외부 침입 가능성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상 2층 단독 주택인 황씨 자택은 담이 워낙 높아 일반인은 넘기가 힘들다. 건물과 담 사이에 훈련을 받은 맹견(猛犬)이 있으며, 방탄유리로 된 창문에는 창살이 설치돼 있다.

경찰이 황씨의 타살 가능성을 낮게 보는 데에는 중무장한 20여명의 신변보호팀이 황씨와 함께 기거하며 지근거리에서 경호해 온 점도 크다. 황씨는 침실, 집무실, 서재(집필실), 거실 등으로 나뉜 2층에서 잠을 자는데 취침할 때 이들 중 요원 1명은 같은 층의 다른 방에서 비상대기를 하며, 1층에서는 나머지 요원들이 CCTV와 침입 센서 관제를 책임졌다.

경찰은 특히 지난 3월 황씨가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부터 암살 위험이 고조되면서 경호 수준을 국무총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높였다. 신변보호팀 요원들의 근무시간을 늘려 밀착 경호를 강화하고 화기의 화력도 보강했을 뿐 아니라 CCTV 수 등을 늘려 사각지대를 없앤 것이다.

경찰은 황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도 낮게 보고 있다. 안병정 서울 강남경찰서장은 자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신변보호자가 주변에 있었고 9일에도 정상적으로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 휴식을 하면서 평소대로 욕실에서 반신욕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씨가 전날 신변보호팀 직원과 마지막 대화를 나누고 평소처럼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근 채 잠들었고, 아침에 일어나 욕실에 들어갔다가 숨졌다는 것이 경찰의 추측이다.

경찰청 보안국 관계자도 “고인이 통일에 대비한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는 등 강한 정신력을 보였던 점으로 미뤄 자살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망명 이후 국내외를 오가며 활발한 강연활동을 벌여 왔던 황씨는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솔잎을 이용한 생식을 해 왔지만 최근 기력이 많이 쇠약해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정기적으로 경찰병원을 오가며 건강검진을 받아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역시 브리핑에서 “황씨가 평소 먹던 약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니까…”라는 말로 노환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박지훈 강창욱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