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인도인 英 밀입국 전초기지 부상
입력 2010-10-10 18:48
벨기에 경찰은 최근 브뤼셀에 있는 한 아파트를 급습했다. 빈민가에 위치한 이 아파트 1층은 여느 아파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조그마한 2층 침대방에 올라가자 24명의 불법 남성 이민자가 옹기종기 모여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이들은 인도 펀자브 지역 출신으로 한 달 간 값싼 슈퍼마켓 음식만을 먹으며 밀입국 조직원들의 폭력적 감시 속에서 이곳에 머물러왔다. 이들은 각각 2만 유로(약 3100만원)를 벨기에 밀입국 조직에 지불한 뒤 러시아 모스크바와 이탈리아를 거쳐 이곳까지 흘러왔다. 영불해협 터널을 통해 영국으로 들어갈 꿈에 부풀어서다. 이날 브뤼셀 외곽 지역을 급습한 결과, 발견된 불법 이민자는 모두 164명. 이중 64명은 시크교 사원에 숨어 있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9일 “최근 벨기에에서 재판을 통해 수천명의 밀입국자가 벨기에를 통해 영국으로 밀입국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벨기에 밀입국 조직 두목은 23살의 젝디시 쿠마르다. 그는 3년 동안 밀입국 사업을 주도한 혐의로 최근 10년형을 선고받았다. 밀입국과 관련해서 벨기에 법정에서 내려진 최고형이다. 재판 결과 쿠마르는 150명의 인도인 밀입국에 관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밀입국 과정에서 한 불법 이민자는 대형 트럭에서 질식사했고, 또 다른 한 명은 라이벌 밀입국 갱단 조직원의 칼을 맞아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벨기에 경찰은 쿠마르가 최소한 수천명을 밀입국시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도 불법 이민자들이 영국을 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이 영어를 쓸 수 있고, 특히 영국이 풍요한 나라라 돈을 많이 벌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인도 불법 이민자들은 우선 인도 현지에 있는 쿠마르 조직에 밀입국 의사를 전달하면 위조 비자를 활용해 모스크바로 이동하게 된다. 다음으로 우크라이나와 헝가리, 슬로베니아, 이탈리아로 보내진 뒤 벨기에로 옮겨진다고 한다. 벨기에가 영국행 티켓을 얻기 위한 마지막 경유지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밀입국 조직의 폭력이 뒤따른다. 추가로 돈을 지불하지 않을 경우 트럭 속에 며칠간 갇혀 있기도 한다. 한 벨기에 관리는 “밀입국 조직에 불법이민자들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상품”이라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