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사망] 北의 집요한 테러 위협 시달려… 여간첩 원정화도 접근 시도
입력 2010-10-10 18:35
황장엽(87)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북한이 지목한 암살 대상 1순위였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10일 “황씨는 1997년 귀순한 뒤 지난 13년간 암살 위협의 공기를 매일 들이마시며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장 구체적이었던 북한의 황씨 제거 공작은 지난 1월 적발된 ‘황장엽 2인 암살조 사건’이다. 북한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 동명관(36·소좌), 김명호(36·소좌)는 “황장엽이 자연사하도록 내버려두면 안 된다. 배신자 황장엽의 목을 따라”는 김영철 북한 정찰총국장 지시를 받고 지난해 12월 중국 옌지를 거쳐 탈북자로 위장 입국했다. 황씨에 대한 남한 정부의 경호 수준이 높아 간첩 신분으로 황씨를 대면할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북한은 위장 탈북자 암살 카드를 택했다.
2004년 12월 대남 공작원으로 선발된 동명관, 김명호는 탈북자 위장 입국 3년 전인 2006년부터 ‘신분 세탁’을 준비했다. 동명관은 황씨에게 좀 더 쉽게 접근하려고 황씨의 먼 친척이라며 ‘황명혁’이란 가명을 사용했다. 두 사람은 지난 1월 탈북자 심사과정에서 허점이 드러나 황씨 암살 작업에 착수하지 못했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황장엽을 암살하고 투신자살하려 했다. 지금이라도 세상 밖으로 나가면 황장엽 암살 임무를 완수하겠다”며 적개심을 드러냈다. 이들은 지난 7월 법원에서 징역 10년씩을 선고받고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2006년 위장 탈북한 여간첩 원정화(36)도 접근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주재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공작원이었던 원정화는 황장엽,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등 이른바 남한 내 ‘반역자’ 색출을 위해 황씨 등의 소재와 접촉 인물 면면 등을 파악했다.
2006년 12월에는 빨간 물감이 뿌려진 황씨 사진과 손도끼, 살해 협박 편지가 든 우편물이 황씨에게 배달되는 사건이 있었다.
황씨는 살해 위협 속에서도 강연 등에서 김정일과 북한 체제를 원색적인 표현으로 끊임없이 비판했다. 이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 황씨는 하루라도 살려둬선 안 될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