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사망] “北인권에 헌신했는데…” 여·야 모두 깊은 애도
입력 2010-10-10 18:36
정부와 정치권은 10일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애도의 뜻을 표했다.
정부 당국자는 “황 전 비서의 죽음이 정치적 의미가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며 “우리 측으로 망명한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애도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고인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안타깝지만, 청와대가 특별히 언급할 사안은 아니다”라고만 말했다.
황 전 비서가 망명한 1997년 2월 대통령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황 선생은 전쟁을 막고 북한의 세습독재에 대한 허구를 통렬하게 질타하던 훌륭한 애국자였다”며 애도를 표했다고 김기수 비서실장이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황 전 비서를 부총리급으로 예우했고, 퇴임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만나 북한 민주화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눠왔다.
정치권도 애도의 뜻을 표했다.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많은 위협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북한 주민의 인권 회복, 민족의 평화를 위한 고인의 용기 있는 행동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황장엽 선생은 북한에서 주체사상을 세운 학자이면서 민족에 대한 뜨거운 열정도 갖고 있었다고 한다”며 “대한민국의 품으로 돌아와서 계시다가 이렇게 급격히 사망한 것에 대해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10일 오후 5시 현재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은 황 전 비서 망명 이후 배신자라는 비난과 함께 각종 협박을 일삼았다. 북한 온라인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4월 초 황 전 비서가 미국과 일본의 초청 강연에서 북한 체제를 비판하자 “우리의 존엄과 체제를 악랄하게 헐뜯었다. 추악한 민족반역자”라며 맹비난했다. “늙다리 정신병자” “결코 무사치 못할 것”이라는 원색적인 비난과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황 전 비서가 망명한 직후 당 간부들을 상대로 한 비밀연설에서 그를 가리켜 “개만도 못하다”고 격렬하게 매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노동신문은 “혁명의 배신자, 갈 테면 가라. 우리는 사회주의를 지킨다”라며 황 전 비서를 공개 비판했다. 지난 4월 황 전 비서를 암살할 목적으로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총국이 파견한 위장간첩이 적발되자 북한은 “터무니없는 자작극”이라고 부인한 바 있다.
남도영 엄기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