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슬러지 저수조 또 붕괴 위험
입력 2010-10-10 21:27
헝가리 정부는 9일 알루미늄공장 독성 슬러지(쓰레기) 유출 사고로 최악의 환경재해를 일으켰던 문제의 저수조가 또다시 무너질 위험에 처했다고 발표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사고 공장이 위치한 어이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밤 내무장관이 저수조 북쪽 벽에서 갈라진 흔적을 많이 발견했다는 보고를 했다”며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 저수조 벽이 무너지고 슬러지가 유출될 실질적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쪽 벽에서 생긴 틈이 어젯밤과 오늘 아침 사이 7㎝까지 벌어져 위험한 상태”라는 말도 덧붙였다고 AFP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오르반 총리는 “저수조가 붕괴될 경우 약 50만㎥의 슬러지가 추가 유출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현재 (저수조에) 남아 있는 슬러지의 분량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는 이 슬러지는 앞서 유출된 100만㎥의 슬러지보다 더 끈적끈적한 상태인데다 독성도 강해 더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그는 “저수조가 무너질 상황에 대한 대비에 착수한 상태”라며 “주민과 하천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루미나를 추출할 때 쓰이는 이 슬러지에는 납과 카드뮴, 비소, 크롬 등 인체에 극히 유해한 중금속들이 들어있다. 이미 슬러지와 접촉한 주민 수백명은 화상 치료를 받는 등 직접적인 피해를 당했다.
헝가리 정부는 현재 슬러지가 처음 강타한 콜론타르 주민 800여명을 모두 어이커로 대피시킨 상태다. 또 콜론타르 인근에 있는 인구 6000여명의 데베체르 마을에도 유사시 대피를 돕기 위한 850명의 인력과 175대의 차량 및 열차 등을 대기시켜 놓고 있다. 이와 함께 저수조가 무너질 경우 흘러나올 슬러지의 유출 속도를 늦추기 위해 저수조와 콜론타르 마을 사이에 돌로 만든 4개의 방어벽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지 언론은 방어벽이 11일쯤 모두 완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헝가리 정부는 하천들의 pH(수용액의 수소 이온 농도를 나타내는 지표)를 13에서 9로 낮추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다뉴브강 생태계에 위험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5일 헝가리 서부 베스프렘주(州) 어이커에 있는 알루미늄공장의 저수조 모서리가 무너지면서 대량의 슬러지가 유출돼 순식간에 40㎢ 넓이에 퍼지면서 발생했다. 당시 슬러지는 4개 마을을 덮쳤으며 7명이 숨지고 123명이 다쳤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