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을 시험대에 올려놓은 노벨평화상
입력 2010-10-10 17:44
중국의 반체제 민주화 운동가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둘러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서방을 중심으로 국제사회는 노벨평화상이 중국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자극제가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세계질서를 쥐락펴락할 정도로 성장한 중국이 몸집에 걸맞은 지성을 갖추기를 바라는 기대의 반영이기도 하다. 여기서 지성의 핵심요소는 민주화와 인권이다.
중국은 노벨평화상이 ‘반중(反中)’이라는 목표에 동원되는 정치적 도구라고 비판했다. 발표 하루 전까지만 해도 ‘왜 중국 국적의 노벨상 수상자는 없는가’라고 묻던 분위기와 딴판이다. 중국으로서는 수감 중인 ‘죄인’에게 내린 상이어서 당혹감도 들었을 것이다. 인권환경 개선을 위해 기울인 노력이 무시당한 것이 억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권과 평화는 노벨상위원회로 대표되는 문명국의 기본적 가치다. 류샤오보의 이른바 ‘08 헌장’에 담긴 내용도 서방에서는 제도로 굳어졌거나 상식으로 여겨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3권 분립과 자유선거를 통한 입법기관 구성, 언론 집회 종교 결사의 자유를 외쳤다고 감옥에 가는 나라에게 국제적 리더십을 부여하기는 어렵다.
수상이 결정된 이후 중국 내에서 전개되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더욱 실망스럽다. 중국 언론은 긴 침묵을 유지하고 있고, 인터넷에서는 강력한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 ‘노벨평화상’ ‘류샤오보’ 등의 검색어를 쳐 넣으면 검색되지 않는 것은 물론 휴대전화에서도 ‘류샤오보’ 이름이 입력된 문자메시지는 전송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류샤오보 수상 소식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일이다.
중국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반체제 지식인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변화의 기회로 삼을지, 체제 단속의 고삐를 더욱 조일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이 새겨야 할 것은 노벨평화상이 중국의 현 상황에 대한 힐난이라기보다 우정의 충고라는 측면도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화와 인권에 대한 중국의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