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노동당 창건 65주년] 80여명 외신기자 불러놓고 ‘김정은 통치’ 캠페인

입력 2010-10-11 00:24


김정은이 10일 노동당 창건 65주년 열병식 주석단에 등장한 것은 후계구도 공식화와 더불어 ‘김정은 직접 통치 시대’를 공식 선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74년 당 정치국 위원에 선출되며 후계자로 공식 내정된 뒤 주석단에 오르기까지 6년이 걸렸지만 김정은은 단 12일이 걸렸다.

◇차기 지도자 각인 목적 담긴 듯=김정은의 열병식 등장은 후계구도 조기 안착의 연장선에 있다. 3대 세습 비판론을 무시한 강공책이 반영된 결과다.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자 인민군 대장인 김정은이 군권 등 실권을 쥐고 있음을 과시하는 의미도 담겼다.

김일성대 교수 출신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명철 박사는 “김정은이 북한을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고, 국가적 대사를 직접 지시 및 관리·감독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알리려는 것”이라며 “김정은 직접 통치체제가 공식 출범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안보당국과 대북 전문가 등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해부터 국가 정책에 상당부분 관여하고 있으며, 후계 구축에 필요한 군과 공안기관 등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은 내부 정치행사인 열병식에 80여명의 외신기자까지 대거 동원함으로써 김정은의 인지도를 단숨에 높이고 차기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과거 김 위원장이 권력을 승계할 당시 철저한 비밀행보를 보였던 것과 크게 대비된다. 김 위원장은 80년 제6차 당대회 주석단에 등장하기 전까지 공식 직함이나 후계자 내정여부 등을 비밀에 부쳤다. 그러나 김정은의 경우 지난달 28일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선출된 사실이 즉각 보도됐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향후 김정은을 향한 당과 군의 충성심을 이끌어내고, 주민 결속을 다지는 우상화 작업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국방위원회 등 북한 권력기관들은 이날 김 위원장에게 공동 제출한 축하문을 통해 국방 중시와 김일성 조선 건설 등을 서약했다.

◇주석단 및 열병식 표정=열병식 생중계는 예고도 없이 시작됐다. 열병식에서는 군부의 최고 실세로 떠오른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차수)의 짧은 열병 보고에 이어 김일성 초상기를 든 부대를 필두로 김일성군사종합대학, 각급 군사학교, 보병사단 등 육해공군부대, 노농적위군, 붉은청년근위대 순으로 행진이 이어졌다.

김 위원장과 김정은은 열병 부대가 지날 때마다 거수경례를 하거나 박수로 답례했다. 김 위원장은 힘에 부치는지 가끔 주석단의 난간을 붙잡기도 했으나 큰 문제없이 1시간 정도 열병식을 지켜봤다.

김정은은 자주 화면에 등장했다. 김정은이 바로 오른편에 있던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에게 뭔가를 물어보자 김영춘이 김정은 쪽으로 완전히 몸을 돌려 공손하게 무언가 설명하기도 했다. 열병식에 이어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경축야회도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1시간 5분 동안 생중계됐다. 김 위원장과 김정은이 나란히 주석단에 나타난 가운데 김정은의 업적으로 선전되는 불꽃놀이가 야회의 대미를 장식했다. 김정은은 야회를 마치며 웃음을 지어 만족감을 보였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