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것, 그리고 인간 존재에 대하여…사진작가 방병상·조각가 배형경 전시회

입력 2010-10-10 21:41


서울 신문로 도심에 위치한 성곡미술관과 평창동 북한산 자락에 자리한 김종영미술관은 산책도 즐기고 전시도 감상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의 미술관이다. 성곡미술관은 꽃과 나무로 이뤄진 산책로가 호젓한 분위기를 선사하고, 김종영미술관은 북한산을 한눈에 올려다보는 풍경이 일품이다. 두 사립미술관이 가을을 맞아 나란히 전시를 마련했다.



성곡미술관은 지난 주말부터 11월 7일까지 ‘2010 내일의 작가’ 전시로 사진작가 방병상의 ‘죽기에는 너무 젊은’을 열고 있다. 1998년부터 시작된 성곡미술관의 ‘내일의 작가’는 한국미술을 이끌어갈 역량있는 국내 작가를 발굴하고 전시를 열어주는 지원 프로그램이다. 선정된 작가의 현재 작업 성과와 미래의 비전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경기도 파주에서 작업하는 방병상은 도시의 현대화로 점점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 또 새롭게 생겨나는 것들에 대한 기대 및 경계심리 등을 사진작품으로 보여준다. 파주 주변의 길가에 나무들이 도열하듯 서 있는 풍경은 개발과 건설에 밀려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져가고 있는 것들을 ‘죽기에는 너무 젊다’는 심경으로 기록한 것이다. 또 공장 건물과 특수 구조물 등 일상에서 만나는 사소한 것들을 촬영하고 돌 가공과 전통주 제조 과정을 담은 사진은 보는 이에게 인공과 자연, 표정과 무표정, 생물과 무생물, 질서와 무질서 등에 대해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장어 치어가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고, 다 자란 장어를 골라내는 모습이나 병영체험과 유람선 댄스홀 영상 등이 애달픈 삶의 풍경으로 다가온다(02-737-7650).

조각 전문 김종영미술관은 15일부터 11월 11일까지 ‘2010 오늘의 작가’ 전시로 조각가 배형경의 ‘생각하다, 말하다’를 연다. 200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공모기획전인 김종영미술관의 ‘오늘의 작가’는 조각 분야에서 작업성과가 뚜렷하고 오늘의 시점에서 미술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견 전업작가 중에서 해마다 2명을 선정해 개인전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과 베이징을 오가며 활동하는 배형경은 30여년간 한국조각계의 비주류로 전락한 표현주의 구상조각, 그것도 인체조각만을 고집해왔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성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작가는 로댕과 자코메티 작품의 영향을 받았다. 다소 무겁고 우울한 표정의 인체군상에는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과 탐구, 사회문제에 대한 고뇌와 갈등 등이 담겨있다. 작가는 이번에 일그러진 얼굴의 브론즈 조각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 고개를 숙인 채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의 철조각 ‘떠돌아 다니는 것들’, 신체 부분을 조각한 ‘몸’ ‘머리’ 등 3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사람은 존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그 내면의 정신세계를 몸을 통해 들려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사색의 계절에 잘 어울리는 작품들이다(02-3217-6484).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