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의 ‘문화재 속으로’] (37) 비단벌레 날개의 신비

입력 2010-10-10 17:25


비단벌레를 본 적이 있습니까. 몸길이 30∼40㎜로 초록색 또는 금록색의 화려한 빛깔을 띠는 딱정벌레의 일종입니다. 오색영롱한 비단벌레는 신라시대 왕실의 장신구에 이용되는 등 문화·생태학적 가치와 함께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2008년 10월 천연기념물 제496호로 지정됐지요. 비단벌레 날개를 붙여 장식한 유물은 1973년 경주 황남대총에서 처음 발굴됐답니다.



‘옥충장식말안장(玉蟲裝飾馬鞍裝·사진)’이라는 이름이 붙은, 수 천 마리의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신라시대 말안장은 한반도에도 비단벌레가 서식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희소식이었습니다. 일본 나라(奈良)에 있는 고대 사찰인 호류사에는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된 장롱이 있는데, 신라시대 말안장이 발견되기 전까지 비단벌레가 일본에서만 서식한 것으로 알려졌거든요.

처음에는 일본에서 가져온 비단벌레냐, 한반도에 자생하는 비단벌레냐를 두고 논란이 없지 않았답니다. 이에 서식지를 찾는 일이 벌어지고 전남 백양사 일대 등 남부지방 여기저기에서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지요. 최근에는 변산반도 국립공원에서 비단벌레 집단 서식지가 발견됐다는 소식도 전해졌으니 우리나라에 비단벌레가 존재한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지요.

황남대총이 발굴된 1973년, 경주 계림로 14호분에서도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신라시대 화살통 부품이 출토돼 관심을 모았습니다. 길이 11㎝, 너비 2.5㎝인 이 부품은 목에 걸어 가슴 앞쪽에 매는 전체 화살통 중에서도 멜빵 겉을 장식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장식품의 사용자는 함께 출토된 황금보검 등으로 미뤄 신라시대 고위층일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가 청동제인 이 장식품은 ‘ㄱ’자 모양으로 굽은 얇은 판형으로, 일정한 간격을 따라 하트형 구멍을 뚫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비단벌레 날개는 이 하트형 구멍을 가리는 방식으로 장식품 안쪽에다 덧댄 것으로 드러났지요. 장식품 겉면에는 마름모꼴 금 알갱이를 두 줄로 박아 화려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화살통 유물 가운데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것은 유일하답니다.

비단벌레 날개가 장식용으로 애용된 것은 화려한 빛깔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답니다. 명나라 때 유명한 의사 이시진이 저술한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금귀자(金龜子)란 곤충은 길정충(吉丁蟲)에 속하는데, 등쪽은 진한 녹색이며 딱딱한 껍질 아래 날개가 있다. 사람이 그것을 잡아 매달고 다니면 서로 사랑하게 되니 미약(媚藥)이다”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금귀자는 비단벌레를 일컫고 미약이란 성욕을 돋우는 약물로 요즘 유행하는 ‘비아그라’인 셈이지요. 마침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경주 황남대총과 계림로 14호분 유물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말안장과 화살통 부품도 나란히 선보입니다. 고고학적인 관점에서 비단벌레의 신비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문화과학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