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리자니 경기하락 우려, 동결하자니 물가 뛰고… 한국은행, 기준 금리 선택 ‘딜레마’
입력 2010-10-10 18:28
한국은행이 물가와 환율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와 맞물려 경기 하락이 우려된다. 그렇다고 금리를 동결하자니 물가 상승세가 너무 가파르다.
금융시장은 14일 있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 자리에서 기준금리를 올릴지 말지를 결정한다. 금통위는 지난달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연 2.25%로 동결하면서 시장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채권시장은 기준금리 인상 쪽으로 기울었다. 금융투자협회가 최근 채권 전문가 167명으로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1.1%가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6%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장금리가 올라 투자·소비 수요를 억제한다. 물가 상승에 제동을 거는 효과가 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분기 3.2%, 내년 상반기 3.5%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의 관리 목표치 3%를 넘는 수준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그동안 여러 차례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도 인상 쪽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최근 물가 급등은 수요 증가보다 공급 부족에서 비롯된 영향이 커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있다. 또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양적 완화(유동성 공급) 정책을 쓰거나 계획하고 있어 외부 상황은 좋지 않다.
주요국이 금리를 내리거나 저금리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금리를 올리면 환율 하락세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된다. 국내외 금리 차이가 커지면 외국인 자금이 국내 주식·채권 시장에 더욱 많이 몰려들 가능성이 높다. 싼 금리의 달러화나 엔화를 빌려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우리 금융시장에서 수익을 내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원화가치 상승에 속도가 붙고, 외국인 투자자는 막대한 환차익까지 덤으로 얻게 된다. 반면 국내 기업은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우리 경제는 경기회복 속도 둔화를 겪게 된다.
삼성증권 최석원 채권분석파트장은 “금통위는 7월부터 지난달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는데 두 번을 놓쳤다. 지금은 미국과 일본 등의 양적 완화정책이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와 환율 등 국내외 경제 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금통위에서 이런 변수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기준금리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