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않는 중증 소화기病 치료술 ‘활기’
입력 2010-10-10 17:45
말초혈관 질환, 자궁근종, 정맥류, 간암 등 질병을 수술하지 않고 카테터(가느다란 관)나 스텐트(금속성 그물망)만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집중 조명하는 국제학술대회가 국내에서 열렸다.
한국과 미국, 일본을 포함한 23개국 800여 명의 소화기병 전문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8∼9일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4차 소화기인터벤션의학회 학술대회다.
인터벤션이란 우리 몸 속에 있는 병변을 체외에서 비디오 모니터로 살펴보며 수술로 도려내지 않고 굶겨 죽이거나 몸 밖으로 자연스럽게 배출시켜 치료하는 시술을 총칭하는 의학용어다.
또 소화기 인터벤션은 간장, 위장, 식도 등 소화기에 생긴 병만을 이 같은 방법을 이용해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것을 가리킨다. 소화기 인터벤션의 대표주자인 ‘간동맥 화학색전술’과 ‘고주파 간암 열 치료술’ 및 ‘위장관 인터벤션’을 소개한다.
◇간동맥 화학색전술(TACE)=간암 치료 시 가장 많이 시행되는 시술이다. 간암에 영양을 공급하는 동맥을 찾아 항암제를 투여한 뒤, 그 혈관을 막아 주는 치료법이다. 환자 상태에 따라 혈관을 막지 않고 항암제 또는 동위원소(이트리움-90)만 직접 투여하는 경우도 있다.
간 조직은 2가지의 혈관에 의해 산소 및 영양을 공급 받는다. 하나는 소장 및 대장 등을 돌아 나오는 ‘문맥’이라는 혈관이며, 다른 하나는 대동맥에서 직접 나오는 ‘간 동맥’이다. 정상 간 조직은 주로 문맥에서, 암 조직은 주로 간 동맥에서 혈액을 공급 받는다. 따라서 암에 영양을 공급하는 간 동맥에만 항암제를 투여하고 막아버리면 정상 간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암 조직을 선택적으로 괴사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시술은 서혜부(사타구니)에 위치한 대퇴동맥을 통해 약 2∼3㎜ 굵기의 카테터를 간 동맥까지 밀어 넣어 조영제를 주사하면서 사진을 찍고 암의 위치, 크기 및 혈액 공급 양상 등 치료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이어 약 1㎜ 정도 굵기의 미세 관을 이용, 암 조직에 영양을 공급하는 동맥을 찾아 항암제와 색전 물질, 또는 특수 동위원소를 넣어준다.
시술 시간은 국소 마취 하에 보통 1 시간 정도. 전신 마취와 개복 수술에 따르는 위험이 없고, 치료 후 회복되는 기간이 짧으며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시술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단 시술 전 4시간 이상 금식해야 한다. 시술 후에는 카테터를 진입시킨 사타구니 부위에 출혈 방지를 위해 3∼4시간 정도 모래주머니를 올려놓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
한편 간암을 이와 달리 열에너지로 태워 죽이는 고주파 열 치료술도 소화기 인터벤션 시술의 일종이다. 이 치료법은 고주파를 전달하는 전기 침(바늘)을 암 조직에 찔러 넣은 다음 교류 전류를 흘려 보내는 것이다. 고주파 열에너지는 암 조직에서만 발생하도록 고안돼 있다. 암 크기가 3㎝ 이하로 작고, 숫자도 3개 이하일 때 효과적이다.
시술은 국소 혹은 정맥 마취를 하고 암의 위치에 따라 오른쪽 옆구리나 명치 아래 부위에 바늘을 찔러 치료한다.
◇위장관 인터벤션=식도 위 소장 대장 등이 염증이나 암 조직에 의해 좁아지거나(협착) 막혔을(폐색) 때 이를 뚫어주는 치료법이다. 위장 협착 또는 폐쇄증 환자는 장관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음식물을 먹어도 계속 토하고, 대변도 볼 수 없게 돼 영양실조, 수분 전해질 불균형 등으로 생명이 위험해진다. 위장관 인터벤션은 이 경우 수술을 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 시행된다. 물론 환자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 전신마취에 의한 개복수술을 견딜 수 없다고 판단될 때 시술되기도 한다.
시술은 좁아진 위장에 풍선을 삽입, 바람을 불어넣어 위장을 넓혀주거나(풍선확장술) 스텐트를 넣어 더 이상 좁아지지 않도록 처치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역시 시술 전 6∼8시간 금식해야 하며, 당뇨병으로 인슐린 주사를 맞고 있는 경우와 혈전용해제를 복용중인 환자들은 투약을 중지해야 한다. 흡연자는 시술 1∼2일 전부터 금연하는 것이 좋다. 시술 후 2∼3일간 자극적인 음식 섭취를 피하고 죽부터 먹어야 부담이 없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도움말: 김윤환 고려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김영선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