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는 다른 매력… 연극 ‘시라노’ 만나보세요
입력 2010-10-10 17:37
탤런트 최불암은 지난 7월 명동예술극장 개관 1주년 기념 행사에서 “시라노 역할을 해보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에드몽 로스땅이 쓴 희곡 ‘시라노 드 베르쥬락’의 주인공 시라노를 가리킨 것이다.
재기 넘치는 대사와 유머감각을 갖췄지만 외모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 앞에 나서지 못하는 시라노의 모습은 남자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 탐내는 역할이다.
이 작품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최근 개봉한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 두 작품의 연관관계를 찾을 수 있다. 영화와 원작이 완전일치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 사랑을 이루려는 기본적인 모티브만 같다.
시라노는 당대 최고의 검객이자 시인이며 동시에 음악가다. 하지만 유별나게 크고 못생긴 코 때문에 사랑하는 록산느 앞에 당당하게 나서지 못한다. 시라노가 자리를 맴도는 사이 록산느는 잘생긴 크리스티앙과 사랑에 빠진다. 시라노는 실망하는 대신 크리스티앙을 대신해 아름다운 시구가 담긴 연애편지를 써주며 대리만족하는 방법을 택한다.
시라노 덕분에 록산느와 크리스티앙의 사랑은 더욱 깊어지고 두 사람은 영원한 사랑의 서약까지 나누게 된다.
하지만 록산느를 연모하는 드기슈의 명령 때문에 크리스티앙은 전쟁터로 떠나게 된다. 시라노는 록산느의 행복을 위해 크리스티앙을 지켜주겠다며 전쟁터로 향한다.
그제서야 시라노의 진심을 알게 된 록산느는 시라노의 마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1992년 이 작품으로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받은 김철리 연출가는 남녀의 사랑뿐만 아니라 인종과 국가, 시대를 넘어선 인간 본연의 모습과 다양한 사회의 보편적 정서를 풍자로 풀어낸다. 이를 위해 특정 지역과 사회적 계층을 지칭하는 명칭은 가급적 없앴다. 김 연출가는 2005년에 이어 세 번째로 ‘시라노 드 베르쥬락’을 연출한다.
시라노 역에는 무대와 브라운관을 오가며 활동 중인 배우 안석환이 나선다. 뮤지컬 배우 김선경이 록산느로 출연한다. ‘시라노 드 베르쥬락’은 22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1644-2003).
김준엽 기자